사람들은 "미혹의 죽림"이라 부른다.
일단 길은 죽림의 입구에 들어서면서부터 보기 좋게 끊어져 있고,
그 뒤로는 대나무만이 시야에 가득 들어오기 때문에 조금만 깊이 들어가도 길을 잃기 쉽상이다.
이곳에는 카구야와 마찬가지로 봉래의 약에 입을 대고 만 불행한 인간이 살고 있었다.
단지 사고에 불과했다고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것은 결코 사고가 될 수 없었다.
당사자인 후지와라노 모코우, 본인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그녀에게 보름달은 과거의 안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게 만드는 촉진제였다.
언젠가 그녀가 요괴의 산에 올라, 고해성사를 치룰 때에 그 자세한 이야기 또한
다분히 입 밖으로 흘러나오게 되었다.
후지와라 가는 과거, 아주 잘 나가는 권세가 집안이었다.
하지만 카구야 공주가 아직 사람들에게 모습을 드러내던 시기에
그녀의 아버지, 후지와라노 후히토를 포함한 5명의 사내가 공주에게 구혼을 하였으나, 망신까지 당해가며 실패하고 말았다.
자신의 아버지가 달의 공주라는 녀석 때문에 체면이 구겨지는 걸 그냥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언젠가 복수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카구야 공주가 달로 다시 돌아가버렸다는 얘기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아마 그때부터, 그때부터 모코우는 달에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보름달이 크게 떠있던 날이었다.
카구야가 떠나면서 덴노에게 남겨진 것은 봉래의 약이 든 항아리 뿐이었다.
오, 덴노여. 어찌 그리 슬퍼하신단 말입니까.
이와카사여, 이 약을 어서 가서 불태우시오.
카구야 공주가 없는 세상을 영원히 산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오.
츠키노 이와카사, 덴노의 칙명을 받고 병사들과 함께 봉래의 약이 담긴 항아리를 달과 제일 가까운(쉽게 말해서 제일 높은) 화산에 넣어 불태우기 위한 여정을 떠났다.
산에 오르기 시작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그는 자신의 발자취를 쫓아오는 작은 인기척을 느꼈다.
대충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몇 걸음 정도 뒤떨어진 나무에서 머리만 살짝 내민 채로 그가 있는 쪽을 바라보는 눈빛을 발견했다.
이미 들켜버린 시점에서 미행이라고 할 수 있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덴노의 칙명을 수행하기 위해선 한시라도 빨리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했지만,
영산(후지산)을 오르는 일이 어디 그렇게 쉬운 일이던가.
그렇게 생각하니 이와카사는 자신들을 뒤따라오는 소녀가 조금 걱정되었다.
이와카사도, 그의 병사들도 이 끝없어 보이는 등정에 점점 지쳐갔다.
한 8할 정도 올랐을 때, 그들을 뒤따라오던 소녀는 마침내 힘이 다했는지 그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이와카사는 소녀에게 다가가 물을 건네주었다.
주변이 점점 어두워졌기 때문에, 이와카사는 그곳에 진을 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했다.
모닥불 앞에서 소녀는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영산을 왜 오르고 있는지, 항아리 안에는 무엇이 들어있는지, 등등, 그가 모두 답해줄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을 해주었다.
하지만 항아리의 내용물에 관해서는 일체 말을 아꼈다, 심지어 병사들에게도 말이다.
그가 나름대로 생각하기에 내용물의 정체를 발설할 시 분명히 병사들은 혼란에 빠질 것 같았다.
최악의 경우엔 항아리를 차지하기 위해 병사들이 서로 죽일 수도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다음날 오후,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여 병사들이 항아리에 끈을 묶어서 화산 아래로 던져버리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일순간의 섬광과 함께 화산 아래에서 여인이 나타났다.
본인을 '이 산을 관장하는 여신'이라 소개한 그녀의 신성한 모습, 그리고 진중한 눈빛에 병사들은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소녀과 이와카사 또한 그 광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룰루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