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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이 칠규로 죽었다

루뇨 리버 2023. 11. 17. 14:06

남해의 임금을 숙()이라 하고 북해의 임금을 홀()이라 하며, 중앙의 임금을 혼돈(渾沌)이라 한다. 숙과 홀이 때마침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매우 융숭하게 그들을 대접했으므로, 숙과 홀은 혼돈의 은혜에 보답할 의논을 했다. 「사람은 누구나 [눈·귀·코·입의] 일곱 구멍이 있어서 그것으로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이 혼돈에게만 없다. 어디 시험삼아 구멍을 뚫어 주자.[그래서] 날마다 한 구멍씩 뚫었는데, 7일이 지나자 혼돈은 [그만] 죽고 말았다.

 

 

 

 

 

 

 

 

 

 

 

 

 

 

 

 

 

 

 

 

 

 

불려오신 까닭은 아시리라 믿습니다.”

 

 

글쎄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아마 저는 아닌데요.”

 

 

미코는 가볍게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두드려 보였다.

 

 

추론엔진.”

 

 

청아는 쯧 혀를 차며 질색하는 투로 말했다.

 

 

열 길 물속은 몰라도 한 길 사람 속은 안다니 악취미네요.”

 

 

아시잖아요? 욕망은 환상향의 아카식 레코드. 열 개의 욕망을 이해하면, 인간에 대한 모든 걸 이해한다는 것. 그야말로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살아있는 전설도 모자라 살아있는 DBMS라도 되겠다는 건가요?”

 

 

가능하다면.”

 

 

욕심도 많으셔라.”

 

 

불만을 담아 비아냥거려도 미코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건 제가 아니라 청아에 대한 대화입니다. 진술해보시죠.”

 

 

어차피 다 아신다면 물을 필요가 없을 텐데요.”

 

 

직접 말로 들으면 또 다른 법이죠. 그리고 일방적으로 처리한다면 청아에게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언제부터 그렇게 배려심이 넘치셨다고요.”

 

 

청아는 툴툴대면서도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이를 벽에 한번 대었다. 하지만 벽은 아무렇지도 않게 멀쩡히 서 있었다.

 

 

보셨죠? 구멍이 나지 않네요. 일주일 전부터 갑자기.”

 

 

수명이 다한 거 아닌가요?”

 

 

그럴 리가요. 이건 아주 특별한 비녀거든요. 저만의 전리품 같은 거에요.”

 

 

청아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기억을 더듬어갔다.

 

 

이런 얘기는 좀처럼 안 하지만, 제 전 남편 이야기를 해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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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어릴 적 아버지는 어느 날 집을 나서더니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도가 아버지를 잡아먹었다고 탄식했습니다. 저는 이후 부친의 책을 남몰래 찾아 모아 탐독했습니다. 그러면서 차츰 선인을 동경하게 되었고 그것에만 열중해 나머지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곽씨 집안에서 혼사를 물으러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상대는 곽환으로 자는 광구되고 아버지는 현위 벼슬을 지냈지만 일찍 고인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혼인에 아무런 생각이 추호도 없었기에 혼사가 들어와도 거부 의사를 밝히기만 했고 어머니는 제 의사를 존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새벽에 깨어났더니 제 침상 반대편에 웬 사내가 누워 자고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저는 소스라치게 놀라 집안 하인들을 불러모았고 열댓 명이 횃불과 몽둥이를 든 채 그 주위를 둘러쌌습니다. 그를 흔들어 깨우자 어처구니없게도 상쾌한 얼굴로 일어나더니 사람들 뒤에서 그를 주시하고 있던 저를 보고는 웃더군요. 그에게 도둑이냐고 따져 묻자 갑작스럽게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기를 자신은 곽환이며 여기에 온 이유는 청아가 너무 좋아서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는 황당무계한 얘기였습니다. 그러면 몇 겹이나 되는 담장은 어떻게 넘었냐고 의심하자 그는 소맷자락에서 비녀를 꺼내며 그 비녀의 신기한 능력을 설명했고 직접 이를 시연해 보였습니다. 벽에 구멍이 뚫리는 걸 보고 경탄하며 그의 말을 믿게 된 하인들은 그의 처분을 어머니께 맡기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일이 어머니 귀에 들어가는 걸 원치 않았기에 비녀만 빼앗고 그를 조용히 대문 밖으로 내쫓으라 했습니다. 그가 하인들에게 이끌려 방에서 나가고 난 후 혼자가 된 저는 비녀를 벽에 대어봤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했을 때와는 달리 구멍이 나지 않았습니다. 기분이 석연치 않았지만 한바탕 소동은 이걸로 끝난듯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마을에 그날의 사건에 관한 이상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 자와 놀아났다는 헛소문이었는데 제 이름이 사람들 입에서 오르락내리락 하는 게 수치스러워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그날 일을 목격한 시종 몇몇도 소문이 맞는다고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급기야 이는 어머니에게까지 전해졌고 저는 불러들여져 자초지종을 실토해야했습니다. 어머니는 제가 숨긴 사실에 불같이 화를 내더니 이렇게 된 이상 신세를 고치려면 곽씨네에 시집가는 수밖에 없다고 했고 저는 이에 극구 반대했습니다. 계속 평행선을 달리던 말다툼은 허무하게 끝났는데 새로 부임한 현령이 저희 집안에 폐백을 들이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알고 보니 곽환을 총애하게 된 현령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 것이었습니다.

 

 

이듬해에 저는 곽환과 혼인을 맺었습니다. 그 자와의 재회에서 저는 그 도적놈의 물건이나 가져가라고 첫마디하며 그 앞에 비녀를 내동댕이쳤습니다. 그는 그것을 줍더니 귀한 중매쟁이라고 웃으며 비녀를 보물처럼 간수했습니다. 이후 저는 거기서 공손한 태도를 갖춰 최소한의 대화만을 나누고 정해진 일과를 지키는 것을 제외하면 방문을 닫고 들어가 도의 궁구에 매진했습니다. 1년여가 지났을 때 아들을 낳았지만 도통 정이 가지 않아 유모에게 떠맡기다시피 헸습니다. 메마른 결혼생활도 5년이 지나고 저는 마침내 길을 찾았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모든 준비가 갖춰지고 저는 곽환과 그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전했습니다. 느닷없는 말에 안절부절 못하면서도 그들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대나무 토막을 제 형상으로 둔갑시키고 그 집에서 표홀히 사라졌습니다.

 

 

성공적인 술법에 만족하며 저는 그 고을을 떠나 화남까지 쉬지 않고 이동했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강을 넘고는 휴식을 청할 셈으로 그 변두리 작은 여관에 묵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숙소에 들어서자 믿기지 않게도 곽환이 두 팔을 벌리고 저를 맞이했습니다. 기겁하며 왜 여기에 있냐고 소리치자 그는 청아가 너무 그리워서 따라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올 수 있었는지를 물으니 지나가던 노인이 준 약을 불에 태운 연기를 발에 바르면 천릿길도 한달음에 건널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침착을 가장하며 아들은 어찌하고 왔냐 따지니 어머니에게 맡기려 했는데 장례를 치르며 심신이 쇠해 친척집에 맡기고 왔다고 말했습니다. 애를 부모 없는 자식으로 만들 셈이냐고 묻자 그는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호적 상에서 죽은 자신은 내버려두고 산 사람들에게 돌아가라고 애원해도 도무지 말을 들어먹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고백했습니다. 저는 그에게 일말의 호감도 존재하지 않으며 결혼한 것은 어디까지나 주변에 등 떠밀려서였고 그의 자손을 낳아 가문을 이을 수 있게 했으니 이제 그만 저를 놓아달라고 말입니다. 곽환은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처음 본 순간부터 제게 빠져들어 눈이 멀어버렸으며 저를 따라 세상 끝까지라도 함께하겠다는 따위의 말을 늘어놓았습니다. 현기증이 나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 했습니다. 그는 저를 부축해 눕히고 그 옆에 따라 누웠습니다.

 

 

한밤중 눈이 떠져 깨어나보니 그는 옆에서 코를 골며 깊게 잠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한동안 혼란스러운 정념을 곱씹다가 벌떡 일어나 곽환의 짐을 뒤졌습니다. 온갖 희한한 물건이 있었지만 손에 스쳐가는 차가운 감각에 그것을 집었습니다. 그것은 처음 곽환이 저를 찾아오게 만든 그 비녀였습니다. 그것을 가만히 쥐고 있자니 심란해져 팔을 뻗어 제 앞쪽 벽에 끝을 대었습니다. 그러나 벽에 구멍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알맞은 답이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이 기물은 뭘 원하는 걸까. 제가 알기 전에 손발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자고 있는 곽환에게 살금살금 다가가서 한 손으로 비녀의 뭉툭한 끝을 움켜잡고 반대 손으로 그 위를 감싸 쥐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목을 향해 비녀를 내려찍었습니다. 그가 비명을 지르며 몸을 일으키자 비녀를 오른손으로 뽑아 왼쪽 눈을 찔렀습니다. 반사적으로 돌리는 고개에 맞춰 뽑고 핏발이 선 오른쪽 눈에 찔렀습니다. 다시 양손으로 비녀를 뽑고 무게를 실어 가슴팍에 세번 꽂았습니다. 또 한번 목에 꽂았다가 뽑으니 그는 더 이상 육신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흘러나오는 끈적하고 따끈한 피는 그제야 제기 무엇을 했는지 알아차리게 했습니다. 현실감이 없었지만 그는 숨을 거뒀습니다. 숨을 헐떡이며 몸을 돌리고 떨리는 손으로 비녀를 벽에 대자 구멍이 뚫렸습니다. 앞이 열린 걸 확인하고는 그 즉시 뒤돌아보지 않고 도망쳤습니다.

 

 

넋을 놓고 달아나다가 숨이 차서 발을 세운 곳은 주거지를 벗어난 야지였습니다. 가만히 숨을 고르며 제 손에 만져지는 피에서 눈을 돌리니 주변은 바람소리도 없이 고요했습니다. 단지 그것뿐만이 아니라 뭔가 이전과 달랐습니다. 평소에 느껴지던 시선이 의식되지 않았습니다. 밤하늘의 별들은 저를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제 눈은 별들을 향했지만 저는 그 너머를 볼 수 있었습니다. 문득 뭔가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가 떠나기 전 남긴 말.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도는 공허한 것이다. 깊은 심연과 같이 모든 것을 견뎌야 하나니.’ 그것은 옳았습니다. 저는 알았습니다. 저는 찾았습니다. 이제서야, 궁극에야, 저는 순수한 세상을 보았습니다. 만물의 변화를 부감하는 힘. 그것은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웃었습니다. 진심으로 웃을 수 있었습니다. 제 마음은 그 순간을 결코 잊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아득하게 빛나는 하늘을. 지금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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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를 옭아매던 속박과 인세의 관습에서 벗어난 기념품으로 이 비녀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답니다.”

 

 

청아는 활짝 웃으며 이야기를 마쳤다. 미코는 턱을 괸 채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어라? 그걸로 끝인가요? 예상했다지만 반응이 너무 심심하네요.”

 

 

제가 피안의 판관도 아니고 아무에게나 훈계를 하지는 않습니다. 애당초 청아에게 도덕적 교훈을 바라지도 않고요.”

 

 

유재시거 흉내라도 내시나요?”

 

 

그렇다고 한다면?”

 

 

좋죠. 전 처음부터 유생들이 싫었어요.”

 

 

청아는 키득거리더니 돌연 멈추고 입을 열었다.

 

 

혼돈이 칠규로 죽었다는 우화를 아십니까?”

 

 

물론입니다.”

 

 

청아는 한마디한마디 또박또박 발음했다.

 

 

혼돈은 사실 죽지 않았습니다. 인간에게서 떠나갔을 뿐이지요. 그도 그럴 것이, 무위자연에 죽음이란 게 어디 있을까요. 인간만이 그것을 죽음이라고 여길 따름입니다. 오로지 죽음을 아는 자여야 그것을 꿰뚫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비녀는 저를 그 길로 인도했습니다. 결국 혼돈 없음을 통해서 저는 혼돈 있음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미코는 이를 듣고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말했다.

 

 

안됐습니다.”

 

 

뭐가요?”

 

 

그 자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천계에 올랐을 텐데요.”

 

 

저 보고 사선이라고 낙인 찍는 그 천계에요? 극락정토에 취해 자신들이 뭘 위해 안거했는지도 잊어먹었을 작자들인 걸요. 담합으로 정해진 정답을 우러르는 게 가당키는 한가요. 도라고 말할 수 있는 도가 어떻게 도 그 자체가 된단 말입니까?”

 

 

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무질서보다 질서이죠. 그리고 무질서는 무질서이지, 무질서가 질서가 되어서는 안될 일입니다.”

 

 

청아는 잠시 눈을 감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

 

 

만일 순수한 세상을 손에 넣을 수 있다면 그것은 비견할 수 없는 힘이 될 것입니다.”

 

 

너무 몽상적인 얘기군요.”

 

 

그 몽상으로, 오직 그것만으로 저는 존재해 왔습니다. 진인에 이르는 길에 한발짝이라도 더 다가서야 할 터인데, 정작 이 비녀가 제게 경종을 울리는군요..”

 

 

청아는 손에서 비녀를 돌리며 뚫어져라 노려봤다.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 없습니다. 태자님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길었던 것이겠지요.”

 

 

자리에서 일어나며 청아는 선언했다.

 

 

저와 태자님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미코는 태연자약하게 운을 떼었다.

 

 

못가의 꿩은 열 걸음 걸어서 한 입 쪼아먹고, 백 걸음 걸어서 한 입 마시지만, 새장 속에서 길러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기력은 왕성하겠지만 속이 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코는 청아와 마주 일어났다.

 

 

그러면 검증해보죠.”

 

 

갑자기 도약한 미코는 청아를 밀치면서 손에 든 비녀를 빼앗았다. 등에 벽이 닿는 걸 느끼며 청아는 자기 시야로 들어오는 비녀의 날카로운 끝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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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청아는 눈을 깜박였다. 양쪽 눈 모두 온전했다. 미코가 쥔 비녀는 귀 바로 옆 벽에 깊게 박혀있었다.

 

 

안 죽이나요?”

 

 

죽여서 어디에 쓰겠습니까.”

 

 

그 비녀를 적합하게 강탈한다면 그것은 태자님을 진인에 이르는 길로 인도할 것입니다.”

 

 

아니요, 저는 제 방식대로 도를 성취할 것입니다.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기물에 의지하지 않고요.”

 

 

미코는 벽에서 손을 떼고 돌아섰다.

 

 

그리고 역시 그 비녀는 수명이 다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누구의 손에도 작동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미코는 칼집에서 검을 꺼내 들었다.

 

 

제가 시해선의 술법을 거행할 때 제 보검은 새로운 육신으로 화하고 저의 육신은 이 보검으로 화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부활한 지금 이것은 그저 튼튼한 보검으로서 쓸모를 다할 뿐이죠.”

 

 

칼등을 매만지면서 말했다.

 

 

그것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제 역할을 다 마쳤으니 그걸로 충분한 겁니다. 비녀 하나 못 쓰게 됐다고 도가 사라질 리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저는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누군들 아니겠습니까. 저 또한 정진하는 와중에 있는 걸요. 하지만 구멍을 내는 비녀 정도는 흉내내볼 수 있을 것 같군요. 완전히 똑같지는 않더라도 옛 기틀에 갓 피어난 묘리를 심는다면 새로운 기회가 다시 열릴 수도 있겠죠.”

 

 

친절한 제의에 청아는 잠시 머뭇대다가 힘없이 말했다.

 

 

제게 과분한 호의 같군요.”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청아에게는 항상 고마운 마음이랍니다. 제 스승이신 분께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호의를 베풀고 말고요.”

 

 

그렇게 말씀하셔도…”

 

 

지극한 말이란 말 밖에 있는 것이요, 지극한 행동이란 행동 없음에 있는 것이다. 청아가 가르쳐준 것이지요.”

 

 

그 말을 듣고 눈을 치켜뜬 청아는 미코의 싱긋한 미소를 보고 이내 코웃음을 치며 맥없이 의자에 앉았다.

 

 

“…태자님께는 당해낼 재간이 없네요.”

 

 

스승으로서 자랑스러워 하셔도 좋답니다.”

 

 

정말 그런 점만 아니면 좋을 텐데요.”

 

 

허심한 경지는 실로 아득할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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