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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hou Project 백업/설정 탐구

동방성련선 '히지리 뱌쿠렌'

루뇨 리버 2023. 11. 17. 15:03

반갑습니노 게이들아.

 

팬픽연재도 큰것들은 끝났으니, 오늘부터 다시 최종보스들 설정연재글을 시작해 봅시다.

오늘 소개해드릴 인물은 동방성련선의 최종보스이자 묘렌사의 주인, '히지리 뱌쿠렌' 입니다.

 

 

 

 

 

저는 현재 글을 쓰면서, 치킨을 시킬지 피자를 시킬지, 치킨을 시킨다면 숯불을 시킬지 황금올리브를 시킬지, 끝없는 내적갈등을 겪으며 괴로워하고 있습니다.

부처는 인간이 이런 고민과 부정(여러 고뇌로 자신을 힘들게 하는 악한 것들)을 떨쳐 내야만 고통에서 벗어날수 있다고 하였으므로, 그야말로 뱌쿠렌에 관련된 글을 쓰기에 더없이 좋은 날일 것입니다.

 

성련선의 뱌쿠렌은 전형적인 불교에서 모티브를 따온 캐릭터로, 그 모티브와 내용이 다소 뻔한 탓에, 겉으론 불교를 숭상하는 척 했으나 속으론 도교를 섬기며 신선으로 승천할 날을 기다렸던 자신의 라이벌,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동방성련선의 전체적인 내러티브에 대해

 

동방성련선이 뱌쿠렌을 필두로 한 '불교'에 모티브를 둔 작품이긴 하지만,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벤토라'로 일컫어지는 UFO 형상의 물건들이죠. 원래 이것들은 후에 언급할 뱌쿠렌의 두루마기 내용에 기반을 둔 것입니다만, 여기에는 숨겨진 일화가 하나 있습니다.

 

동방 성련선은 동방 프로젝트 세계관의 연장선이기도 하지만, 또한 "스페이스 인베이더 익스트림 2"라는 게임의 발매를 축하하기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기도 합니다. 각각 게임 내에서 잔기/점수/봄을 제공하는 UFO의 색깔이 빨강.파랑.초록인 것은 다들 아실 텐데요. 스페이스 인베이더 익스트림 2에서 제공되는 빙고 요소의 색상도 다음과 같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색상이라면 착각이 아니겠지요.

 

특히나 6스테이지에서 일렬로 줄을 지어 내려오는 자코들의 모습도 이를 본따 만든 요소라고도 하며 (스페이스 인베이더나, 갤러그 등에서 적(외계인)등이 줄지어 내려오는 모습을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이 게임을 기념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스페이스 인베이더 익스트림 2가 타이토에서 출시된 게임이기에 그렇지 않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ZUN이 1인 개인 제작자로 독립하기 전 일했던 곳이 일본의 슈팅게임 제작회사 '타이토'입니다.)

 

 

<성련선 6면에서 줄지어 내려오는 자코들과 일렬로 늘어선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적들 >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합쳐진 결과로, ZUN은 차기작인 도교와 대립각을 세우는, 불교에 착안점을 둔 작품이자,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외계'요소가 더해진 '동방 성련선'이란 게임을 출시하게 되었습니다.

 

2. 나즈린과 토라마루 쇼에 대해

 

본격적인 내용으로 넘어가기에 앞서, 성련선 스토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나즈린과 토라마루 쇼에 대해 간단히 살펴봅시다.

 

먼저 성련선의 귀여운 1면 보스 나즈린입니다. 동방 프로젝트의 1면 보스들 대부분이 인게임에선 쉬운 난이도이지만, 설정상으로는 2면 보스보다 더 낫거나 실제로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일종의 개그 요소가 있는데요. (마타라마저 신경쓰게 하는 이터니티 라바, 1면보스 주제에 능력이 무려 '어둠을 다루는 능력'인 루미아 등..) 실제로 성련선의 나즈린 또한 전형적인 '힘숨찐' 1면 보스 캐릭터입니다.

 

1면에 더불어 5면에도 중보스로 등장하는 나즈린이 쥐인 이유는, 실제 모티브가 된 비사문천(토라마루 쇼는 비사문천의 대리)의 직속 부하가 '쥐'로 묘사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비사문천이란, 기본적으로 사천왕(사천왕상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또는 부처님의 불법(말씀과 가르침)을 설교하고 수호하는 여덟 대신(호법신이라고도 합니다)인 팔부신중들이 섬기는 신으로 그려지기도 하며, 김용의 무협소설로 유명한 [천룡팔부]가 바로 여기서 따온 말입니다.

 

이 비사문천의 또다른 호칭이 있으니, 비사문천이란 이름이 익숙치 않은 분들도 이 이름을 들으시면 '아..!' 하실지 모르겠네요.

바로 '다문천', 또는 '다문천왕' 입니다. (글에서는 통일성을 위해 그냥 비사문천 이라고 일컫겠습니다). 여러 게임에서 손에 보탑을 띄운 채로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모티브가 되는 불교의 수호신이죠.

 

이 비사문천은 불법을 수호하는 수호신 외에도 재보신의 면모도 띄고 있기에 시재천(施財天)이라고 칭해지기도 하는데요. 눈썰미가 있는 분들이라면, 비사문천의 부하와 대리인 나즈린과 토라마루 쇼의 스펠이름에 유독 보물, 트레져, 재보 등의 표현이 많았던 것을 눈치채셨을 것입니다. 그들의 스펠 이름에 보물과 관련된 내용이 관련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나즈린

 

수부 [골드 디텍터]

보탑 [그레이티스트 트레져]

재보 [골드 러시]

 

토라마루 쇼우

 

보탑 [레이디언트 트레져 & 트레져 건]

보부 [황금의 진현(크게 놀람)]

 

이렇듯 나즈린은 설정상 강대한 모티브인 비사문천의 권속이고, 실제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여 고 도구점(아마도 향림당)에서 보탑을 회수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기까지 합니다! 5면의 재대결에선 회수한 보탑의 능력을 시험해본다는 설정이죠. 1면 보스였던 캐릭터가 새로운 일러스트까지 받은 채 5면에서 재대결을 펼치고, 또 다른 공식 작품인 [동방문화첩]에서 아야와 하타테의 나즈린에 대한 평가가 '재평가를 내려야 할 것 같다' 등으로 끝나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 추측이긴 합니다만 아마도 1면 보스중에서도 상당한 권위를 가졌을 확률이 높아 보입니다.

 

다음으로는 토라마루 쇼입니다. BGM이 인게임에서 쇼를 상대하면서 들어야 제맛이 되기로 유명한 캐릭터입니다.

 

쇼는 비사문천 그 자체는 아니고, 비사문천의 '대리'입니다. 애초에 비사문천은 "수호신"의 개념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요괴인 쇼와 동일시 되기는 불가능하죠. 레이무전에서 쇼의 대사에 따르면 칠복신 중 하나인(일본에서 비사문천은 칠복신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비사문천이 성련선에 탑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볼까요?

 

토라마루 쇼는 원래 불교 신앙이나 비사문천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캐릭터였습니다. 원래는 단순히 호랑이 요괴로 '탄생'되었는데요. 문제는 설정상 쇼가 일본 내에서 '진짜 호랑이'의 모습을 타고 태어난 요괴가 아니란 것입니다. ZUN이 공식적으로 말했듯 일본에선 호랑이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으므로, 중국과 같은 다른 대륙에서 호랑이의 모습이 '이러이렇다더라' 하는 소문을 듣고 그 모습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다음의 일화를 잠시 살펴봅시다.

 

***

 

★ 성덕태자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모티브가 되었던 인물)

 

쇼토쿠 태자가 반역을 일으켰던 모노노베 일가를 토벌할 때 (1편에서 다루었던 정미의 난이 맞습니다), 인년(寅年), 인월(寅月), 인일(寅日), 인시(寅時)에 비사문천이 직접 강림하여 태자에게 두 비법을 하사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여기서의 인(寅)이란 바로 호랑이를 뜻하는 것으로,(사족이지만 이 한자는 인도의 영향에서 12수와 같은 것으로 한자 그 자체에는 호랑이를 뜻하는 그 어떤 의미도 들어있지 않습니다.) 2022년이 바로 호랑이의 해이기에 임인년(壬寅年)이 됩니다. 이 전설 이후로 일본에서는 호랑이와 비사문천이 연관되어 있다고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 우에스기 켄신 (일본의 무장)

 

일본 전국시대의 무장으로 비사문천에 대한 신앙이 지극히 각별했는데, 그렇기에 자신의 군기에도 비사문천의 비(毘)를 사용했으며, 이토록 신앙이 각별했던 이유는 성덕태자와 유사하게 그가 인년, 인월에 태어나서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그렇기에 토라마루 쇼는 호랑이와 비사문천 두 형상을 모두 띄게 되었고, 이것이 그의 테마곡의 이름이 [범무늬의 비사문천]인 이유일 것입니다.

 

히지리 뱌쿠렌은 당초 승려였으므로 권위있는 수호신인 비사문천을 절에 모시려 했습니다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비사문천은 절에 머무르려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대의 요괴들이 비사문천이 강림하면 자신들의 안위에 크게 위협이 될 것이라 생각했으므로(불법의 수호신이 수행에 방해가 되는 요괴들과 사이가 좋지 않음은 당연), 여러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뱌쿠렌은 한 가지 묘안을 내어, 산에서 가장 인망이 두텁고 높은 인격을 갖춘 요괴를 선별하여 그를 비사문천의 화신으로 세울 계책을 내게 되는데, 이 역할로 발탁된 것이 바로 호랑이 요괴 [토라마루 쇼]였던 것입니다. 다만 그 본질이 요괴였던 탓에 비사문천은 그녀를 완전히 신뢰할 수 없었고, 이에 비사문천을 감시하는 역할로 붙인 것이 바로 앞서 소개드렸던 [나즈린]이 되었습니다. (쥐는 비사문천의 직속 부하로 그려지므로)

 

토라마루 쇼 (뱌쿠렌의 하청)
나즈린 (본사 감시직)

 

그러한 비사문천의 걱정과는 다르게 쇼는 비사문천의 대리이자 히지리를 섬기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였고, 그 충성심은 천년이 지난 동방성련선의 시점까지도 이어져 보탑의 힘으로 히지리를 부활시키는 데에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다만 그 엄청난 역할에 비해 본인 그 자체의 무력은 꽤 약한 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그녀가 지닌 보탑의 힘은 실로 막대하기에, 공식설정에 따르면 쇼의 보탑에서 내뿜어지는 광선은 지상에 닿으면 흙들을 보석으로 바꾸어 버린다고 하죠. 앞서 말했듯 비사문천이 재보의 신으로도 일컫어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토라마루 쇼의 능력 자체가 "재보가 모이는 능력"이기도 하구요. ZUN은 토라마루 쇼란 캐릭터에 '비사문천, 보탑, 호랑이 전설, 재보신' 등의 모습을 모두 녹여내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3. 최종보스 히지리 뱌쿠렌에 대해

 

* 글에 앞서 - 저도 역사학과 전공에서 신학과 종교에 대해 수박 겉핥기로 배운 것이 다인 일반인입니다. 그렇기에 불교를 보는 관점에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원래 불교에 대해 깊은 이해도를 지니고 계신 분과 그 관점이 다소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주시길 바라며, 잘못된 정보에 대한 지적이나 조언 등은 정중히 받겠습니다.

 

 

다들 알고 계시다시피 뱌쿠렌의 종족은 '인간'입니다. 그리고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 대립각을 세우는 그녀답게, 설정상 반드시 '인간'이여야만 말이 앞뒤가 맞기도 합니다.

 

먼저 그녀의 이름부터 간단히 살펴봅시다. 히지리, 뱌쿠렌 둘다 불법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히지리란 말 자체가 애초에 승려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미코의 글에서 일본의 불교 전래에 대해 간단히 다룬 적이 있는데요. 원래 이 히지리는 태양과 관련된 사제, 제사장이나 주술사와 관련된 의미였습니다만, 불교 전래 이후에는 덕이 높은 스님을 '히지리'로 지칭케 되었습니다. 작중에서 많이 언급되는 '헤이안 시대'에 정토신앙(아미타불의 정토에 다시 태어나려는 극락왕생 신앙. 이는 동방요요몽 6면의 인트로인 "염리예토 혼구정토"에서 언급된 바 있습니다)을 설법하는 지체 높은 고승들이 많이 배출되게 되었는데요. 이 싯구가 언급되는 요요몽의 사이교우지 유유코, 작중에서는 그의 아버지인 '사이교 법사'또한 실제로 헤이안 시대의 승려입니다.

 

그녀의 이름 중 '뱌쿠렌' 또한 불교와 관련이 있습니다. 뱌쿠렌은 한자로 백련(白蓮[흰 연꽃])으로 쓰여집니다. 절의 이름으로 자주 쓰이는 '백련사'와 그 의미가 같으며, 중국의 송.원.명 대에 이르러 성행했던 신흥종교인 "백련교"와도 그 이름의 뜻이 같습니다. 여기서 백련교란, 하늘과 땅이 개벽하고 다음 개벽까지의 시기를 나타내는 불교의 겁(劫)사상과 미륵사상이 결합하여 석가모니가 사망한 이후 한 겁이 지나고 새로운 겁이 시작되어 미륵불이 인간세상으로 내려온다는 사상이었는데요. 현세에 내려온 미륵불은 피폐하고 부조리한 이세상을 개벽하고 새로운 이상향의 세상을 건설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는 미륵불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다소 생소한 개념일 수 있습니다. 미륵불은 불교에서 일컫는 '미래의 부처'입니다. 쉽게 말해, 불교에도 시기에 따른 메타가 있다는 것입니다. 석가모니가 열반에 들고 나서 56억 7천만년이 지났을 때, 이 세상에 하생해 현현한다고 전해집니다. 불교에 관심이 없다면 잘 알수 없는 사실로, 애초에 불교에서는 부처를 크게 세 시대로 나누어 과거, 현재, 미래의 부처가 있다고 전합니다. 그렇기에 미래의 시대의 부처가 바로 미륵불이며, 이는 후술할 태조 왕건에서의 궁예가 자신을 줄기차게 '미륵불(미래의 부처. 즉 자신이 현세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났다고 주장)'이라 일컫는 것과 같은 맥락이 됩니다. 실제 불교에서의 미륵불도 더럽혀 질 데로 더럽혀진 현세를 구원하기 위해 나타나는 미래의 부처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불교에서는 백련교를 사교(邪敎)라 하여 배척했습니다.

 

***

 

다시 뱌쿠렌의 설정으로 돌아와 봅시다. 뱌쿠렌은 원래 '묘렌(命蓮)'이라는 이름의 남동생이 있었습니다. 이 묘렌은 인게임 일러스트에서 뱌쿠렌이 들고 있는 홀로그램 두루마리(?)와 연관이 깊은데, 뱌쿠렌이 들고 있는 저것은 아마도 일본의 4대 그림두루마리 중 하나인 시기산엔기(信貴山縁起)로 여겨집니다. 시기산엔기는 헤이안시대 말기의 두루마리이므로, 성련선 내에서 꾸준하게 '헤이안'이라는 시대명이 언급되는 이유가 됩니다.

 

EX) 엑스트라 보스전 BGM '헤이안의 에일리언', 사나에 엔딩에서 '헤이안 시대의 창고의 모습은 UFO인 것으로 납득하기로 하였다' 등...

 

< 신귀산연기 중 >

 

이 시기산엔기(신귀산연기)에 따르면 주인공 묘렌에게는 '아마기미'라는 누이가 있었다고 언급이 되는데요. 이 '아마기미'는 성련선 인게임에서 뱌쿠렌의 5스펠인 "히지리 아마기미의 에어 두루마리「聖尼公のエア巻物」" 에서 직접적으로 언급이 되며, 게임에서는 이 아마기미를 뱌쿠렌과 동일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기미란 말 제는 [지체 높은 여승]을 뜻하는 말입니다.

 

이 신귀산연기는 근본적으로 묘렌의 불법 수행과 신통력을 다룬 내용인데, 이 주인공 묘렌이 섬기는 주인이 바로 다름아닌 '비사문천'입니다. 그리고 종국엔 마지막장에서, 하늘은 나는 창고(飛倉)가 썩어 그 모습이 바래 시간이 많이 흐르고 묘렌이 죽게 되었음을 암시합니다. 하늘을 나는 창고라.. 눈치가 빠르신 분들은 이미 눈치채셨을 겁니다.

 

예 그렇습니다. 바로 사나에 엔딩에서 언급된 하늘을 나는 목조 창고들이죠. 아무리 생각해도 서로가 바라보는 창고의 외형이 다름에 수상함을 여긴 탓에, 곧 사나에가 진짜 원흉을 찾아 나선다는 스토리의 연장선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원전에서 죽음을 암시하는 이 내용을 본따 실제 성련선 설정 내에서도 뱌쿠렌의 동생은 수명이 다 되어 죽게 되었고, 뱌쿠렌은 이 동생의 요절 이후로 죽음 그 자체에 지극한 두려움을 가지게 됩니다. 이 연유로 본인은 죽음을 맞지 않는 방법의 연구에 몰두하게 되었고, 실제로 영원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아마도 이 방법을 찾기 전에, 원래의 모습은 굉장히 늙은 비구니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 힘은 전통적인 불법의 깨달음이나, 수행하여 열반의 경지에 드는 것이 아닌 일종의 요술,마술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그녀가 '인간 마법사'인 이유와도 일맥상통합니다) 그렇기에 이 힘은 그 힘의 근간이 되는 요괴가 인간들에 의해 완전히 퇴치된다면 그 본질을 잃을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뱌쿠렌이 인간과 더불어 요괴에게도 지극히 우호적인 성향을 띄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녀는 요괴 퇴치를 의뢰받아도 실제로는 요괴를 돕는 인물이 되었고, 이 과정에서 점차 그들에게 동화되어 힘없고 약한 요괴들이 얼마나 불쌍하고 억울한지에 대해 공감해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평범한 인간들과 사상이 너무나 달랐던 그녀는 인간들에 의해 마계에 봉인되는 신세가 됩니다.

 

그리고 이런 뱌쿠렌의 봉인을 풀기 위해 토라마루 쇼우, 운잔, 무라사 미나미츠 등이 1천년간 노력하여, 성련선을 이끌고 그녀의 봉인을 풀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게 됩니다. 마침내 비창의 파편과 보탑이 모두 모이려는 순간, 레이무,마리사,사나에 등이 이들의 에피소드에 엮이게 되는 것이 동방성련선의 큰 스토리라인이 되겠습니다. 실제로 자신을 따르던 요괴들이 그 긴 세월동안에도 자신을 잊지 않고 해방시켜주기 위해 힘썼단 점에 그녀는 크게 감명받습니다. (인게임 대사로도 나오고, 오마케 파일에도 언급이 있습니다.)

 

 

자 그럼 이쯤에서 생각나는 인물이 있으니, 바로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입니다. 글에 앞서서도 미코와 뱌쿠렌의 대립각을 중심으로 살펴보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미코의 글에서도 잠시 다루었지만, 둘의 생각과 사상, 근본되는 신앙의 관점의 차이는 커도 너무 큽니다.

 

미코의 근본되는 사상은 바로 자신(성인)이 범인(凡人)들에 우뚝 서 지배하겠다는 것입니다. 미코의 오마케 파일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죠. "미코의 계획대로라면 나라 전체가 불교에 한계를 느끼고는 성인을 원할 때에 부활할 예정이었다." 이는 애초의 불교의 사상과 정확히 반대되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대웅전에 정좌한 불상 면전에 절하는 것으로 불교가 우상 숭배를 하고 부처님은 섬기는 신앙으로 오해하시고 계십니다만, 의외로 불교는 이러한 우상 숭배를 철저히 부정하는 종교입니다.

 

더군다나, 불교는 이러한 '신(神)'의 개념을 애초에 철저히 부정하는 종교입니다. 그렇기에 일각에서는 부처님 면전에 절하고 염불하는 것이 이러한 대상화된 우상 숭배가 아닌, 단순히 부처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는 행위로 국한시켜 보기도 합니다.

 

불교의 가르침에서 '네가 괴로이 여기는 것을 떨쳐내라'라는 의미와 같은 것의 가르침을 많이 접해보셨을 텐데요. 실제로 불교의 가장 근본되는 출발은 바로 '삶의 괴로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이는 고다마 싯다르타가 생전 왕자였을 때 '인간의 괴로움을 없애는 방법을 찾기 위해' 출가했던 것과도 그 궤가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인게임 설정에서도 뱌쿠렌은 남동생의 죽음 이후 지극히 괴로워했었지요)

 

더욱 나아가, 불교의 가장 큰 가르침은 쉽게 말해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이러한 계급체계 마저도 부정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계급 체계는 인간사 내에서의 계급 체계가 아닌, 인간이 부처로 우화하는 것의 개념에 기반을 둔 계급 체계입니다. 쉽게 말해, 불교는 본디 부처와 그 주변 다른 부처와 수호신들을 숭배하고 공양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싯다르타의 가장 큰 가르침은 "인간도 그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였습니다. 좀 뜬금없긴 합니다만, 옛날 사극인 [태조 왕건]에서 '궁예'역으로 열연했던 김영철의 작중 대사중에 이런 장면을 보셨을 것입니다.

 

 

 

"그 옛날 원효는, 나무아미타불만 불러도 불법을 다 알수 있다 하였느니라."

 

작중에서의 이러한 궁예의 언급 등은 모두 인간이 부처가 되기 위한 참선과 수행에 일맥상통하는 것입니다. 실제 대반열반경에 나오는 석가모니의 "마지막" 설법에서도 그 내용을 찾을 수 있는데요.

 

"스스로를 섬으로 삼아 스스로에 의지하며 살아라. 다른 것에 의지하지 말아라. 진리를 섬으로 삼아 진리에 의지하며 살아라. 다른 것에 의존하지 말고."

 

석가모니는 결코 자신을 우상화 하여 섬기는 것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글에서 강조한 스스로가 수행을 통해 부처가 될수 있음과 그 맥이 같은 것이며, 자신이 가장 뛰어난 성인이 되어 섬김받음을 원했던 미코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가르침을 설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이런 가르침과 반대되게, 미코가 기본적으로 뛰어난 '성인'으로 추앙받기 위해서는 그 섬김을 할 '섬기는 이들(백성들과 대중)'이 반드시 필요했고 이는 필연적으로 계급의 분화를 낳게 됩니다.

 

위 내용을 요약하여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공식,외전작에서 숱하게 미코와 뱌쿠렌이 대립각을 세웠음은, 바로 위에 기반한 이유가 아닐까 하고 추측합니다.

 

4. 기타 짧은 내용

 

 

중국 기반의 비사문천 전설에 따르면, 비사문천(다문천왕)은 녹색 낮빛에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에는 수하 동물인 쥐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바로 이에 착안해, 동방성련선의 2면 보스 타타라 코가사가 '우산' 츠쿠모가미로 등장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내용으로는 엑스트라 보스인 호쥬 누에에 관한 짧은 내용입니다. 누에는 일본 전승인 '누에' 요괴와, 앞서 말한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UFO에 착안해 그 둘을 버무려 만들어진 캐릭터인데요. 어찌 보면 이런 [정체불명]의 요괴였던 누에와, '미확인 비행물체'인 UFO는 지극히 어울린다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작중에서 누에가 각종 벤토라(UFO)를 동원한 스펠카드 공격을 하는 것으로 구현되었습니다.

 

또한, 호쥬 누에의 마지막 엑스트라 스펠카드의 이름은 '겐잔미 요리마사의 활'입니다. 이 겐잔미 요리마사는 일본의 누에 전설에서 활을 쏘아 누에를 퇴치했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렇기에 누에의 마지막 스펠카드 이름은 '겐잔미 요리마사'의 활이 됩니다. 정체불명의 요괴였던 누에가 스스로를 퇴치했던 자의 이름을 밝힘으로써 종국엔 그 정체가 드러나고야 말았다는 은유로도 볼 수 있습니다.

 

***

 

이상으로 동방 원전분석 씨리즈 2편인 동방성련선과 뱌쿠렌에 관련한 내용이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저도 종교와 신학에 관해선 수박 겉핥기식으로 배운게 다이기에, 불교와 그 전래, 전승에 관련된 내용에선 보다 심도깊게 배우신 분들과 그 견해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에 관해 지적해 주시거나 보충설명 해주시는 내용들은 얼마든지 환영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게임의 볼륨에,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각종 신토사상과, 종교에 관한 내용을 다루는 ZUN이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고 다시 한번 느낍니다.

 

다음 3편은 기다리고 기다렸던, 대망의 [순호]편이 될 예정입니다. 순호는 그 모티브가 되는 내용이 다소 단순하고, 또한 그녀의 배경으로 추측되는 하나라가 실존하던 국가인지에 대해 조차 명확치 않은 인물이므로, 적당한 배경 소개와 함께 아마 설정상 '동방에서의' 순호란 인물에 관련해 살펴보는 내용이 주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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