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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령묘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루뇨 리버 2023. 11. 17. 15:08

안녕하세요~

사실 몇년 전에 감주전 나와서 동갤 왔을 때에도 설정글 연재를 했었는데, 바빠서 완결을 내지 못하고 뚝 끊겨버렸습니다

그래서 오늘부터 시간 난 겸 글을 다시 다듬고 새로 서서 완결내볼까 하니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마음 같아선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들 중 하나인 순호와 마타라 오키나에 대해 빨리 쓰고 싶지만, 제일 재밌는 부분은 아껴놔야 제맛이니까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애정이 덜한 캐릭터들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순서는 13번째 시리즈, 동방신령묘의 최종보스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입니다.

 

1. 동방신령묘와 도교와의 관계

 

먼저 동방신령묘(th13)의 가장 큰 스토리적 줄기를 차지하는 도교(道敎)에 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봅시다. '오두미교'라고 들어보셨을텐데, 이 오두미교 또한 도가 사상을 '도교'로 바꾸는데에 크게 일조한 종파 중 하나였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도교가 일종의 '종교'란 개념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대해 생소하지만, 옛 중국 등지에서는 도교가 크게 성행했고 이 도교의 기원적 뿌리는 중국 고대의 신앙이었던 애니미즘,토테미즘 등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동방신령묘의 프롤로그에서 언급된 '각종 령들이 배회하며 떠다닌다'거나 자코를 파괴하면 아이템 대신 나오는 '소신령' 시스템 등이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애니미즘과 토테미즘 자체가 초자연적인 현상, 즉 영적인 것들과 밀접한 관계가 깊었기 때문에 도교 컨셉의 신령묘에서 영혼과 관련된 것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동방신령(神靈 - 신 신, 영묘할 령)묘

 

특히나 게임 내에서 '삶에 대한 욕망'을 뜻한다고 알려진 흰색 령의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도교의 메인 토대가 되는 '깨달음을 통해 신선이 되어 불로장수, 불로장생한다'와 연결됩니다. 신령묘의 경우 령들이 자동으로 회수가 되지 않아 강제로 화면 위로 올라가서 회수해야 하고 상단 플레이를 강제하는 작품인데, 이는 어쩌면 도교에서 말하는 신선이 되는 법인 승천(하늘로 올라감)과 관련지어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개인적 추측입니다.

 

이 당시 중국은 '방법만 찾으면 불로장생(신령묘 스토리 메인 테마)할수 있다'라는 관념이 일종의 공인된 오피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했기에, 민간이나 귀족 등지에서 이런 방법을 찾기 위한 방법이 크게 성행했고 그중 가장 부흥한 방법이자 종교가 도교였습니다. 지금 시대에 와서야 터무니없지만, 비교적 이때에 비하면 최근인 중세에 들어서도 서양에선 특정 원소의 조합으로 금을 만들어낼수 있다는 연금술이 유행한 것을 보면 고대야 오죽했을까요? 진시황은 중국을 통일할 정도로 능력있는 인물이었지만, 대륙을 통일한 그가 유일하게 정복하지 못한 것이 바로 '수명' 이었습니다. 이 진시황조차 '인간이 불사할 방법이 있다'라는 것을 믿고 불로초를 찾거나 죽기 싫어 온갖 기행을 일삼았다는 것을 보면 당대의 시대상황이 유추될 것입니다.

 

<옛날에 개봉했던 이연걸이 나온 미이라3 또한, 영원불멸의 비밀을 찾기 위한 진시황의 이야기가 배경입니다>

 

도교에서 말하는 도(道)란 노자의 도덕(道德)경에서 언급되는 도와 동일시되기도 하는데, 그 개념이 너무나 추상적이고 초월적이라 인간의 언어나 문자로는 표현이 불가능하고, 오직 도라는 개념을 깨닫기 위해 수행하거나, 도의 개념에 가장 가까운 의미만을 표현하는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윤리학과나 역사학과 학생들이 교수님으로부터 '도'에 대한 개념을 배울 때 가장 많이 쓰이는 비유로, 직접적으로 가리킬수 없는 달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도(道)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이 손가락과 같다(도에 다다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라고 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이 도교는 신령묘의 스토리에 어떻게 직접적으로 녹아들어가 있을까요?

 

2. 도교와 동방신령묘 5면

 

 

먼저 5면 보스 소가노 토지코에 대해 간단히 살펴봅시다

 

신령묘 보스들에게 자주 들어가있는 '노'는, 이름이나 성씨가 '소가노'인것이 아니라, 소가 의(の)라는 뜻입니다.

 

이 당시 (아스카 시대(飛鳥時代). 철권 등의 일본 게임에서 '아스카'와 같은 자주 쓰이는 인물명은 이 시대에서 유래했습니다) 일본의 성씨는 우리나라의 김,윤과 같은 이름의 성씨보다는 '~~에 속하는, ~~에서 온'이라는 뜻이여서, 해석하자면 '소가 가문의, 소가 씨의 토지코'라는 뜻이 됩니다. 이는 6면 최종보스인 '토요사토미미 노 미코'나 '모노노베 노 후토'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보여집니다.

 

조금 TMI이긴 하지만, 요즘에서야 아무렇지 않게 쓰는 우리 이름의 성씨는 고대에는 나라별로 그 위상이 지금과 사뭇 달랐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고대 일본에서는 ~~에서 온, ~~에 속하는 이란 개념으로 사용되었고, 고대 중국에서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자신을 칭할 때 함부로 성씨를 붙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제갈량의 출사표의 첫마디 또한 신량언(臣亮言 : 신 량은 삼가 아뢰옵나이다)로 시작합니다.

< 우측 상단 부분>

 

다시 본론으로 넘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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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토와 함께 미코를 따르는 자였지만, 후토와 있었던 과거의 인연때문에 인간으로 부활하는 것을 거절하고 있다. 영체인 채로 후토의 마음대로 쓰이고 있는 모양이다. 본인은 딱히 영체인 것에 부자유를 느끼지 않는다. 오히려 곧바로 부서져버리는 인간의 육체 따위는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소가 씨와 모노노베 씨는 불교를 둘러싸고 다투었지만, 후토와 토지코 두 사람의 관계는 나쁘지 않고 서로 상부상조하는 관계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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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보스의 공식 설정문인데, 마지막줄에 보시면 소가씨와 모노노베 씨는 불교를 둘러싸고 다투었지만, 이라는 구절이 있죠.

최종보스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성덕태자)와 불교는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그건 하술하고 여기서 불교가 언급되는구나 하는 정도만 알아둡시다.

 

5면 중보스의 원전이 되는 인물은 토지코노 이라츠메라고 하는데, 제가 여기에 대해선 뭐 그렇게까지 조예가 깊지도 않고 지식이 있는것도 아니니, 6면 보스가 성덕태자를 모티브로 했구나 정도의 증거물로만 알고 넘어갑시다.

 

 

5면 보스인 모노노베 노 후토입니다. 모티브는 아스카 시대의 호족가문 중 하나인 모노노베씨에서 따왔다는걸 알수 있습니다. 실제 역사상 아스카 시대의 경우 호족, 귀족 중심의 역사가 발달했는데 재밌는 점은 화려한 귀족 문화가 발달했던 우리나라의 통일신라시대(삼국 후반기 포함)와 그 역사시기가 겹친다는 점입니다.

 

아스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불교가 공인되고 일본 내에 널리 퍼졌다는 점인데 이 점은 나중에 살펴보고, 당시 이 시대는 삼국 후반부의 백제에서 많은 문물이나 사상등을 들여왔습니다(칠지도에서 알수 있듯, 옛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많은 사상이나 선진문물{이는 또한 중국에서 우리나라가 들여옴}을 건네받았습니다). 때문에 한국계 캐릭터가 등장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시리즈였지만 아쉽게도 그 점은 무산되었습니다.

 

다만 예외로 도교만큼은 중국에서 일본으로 다이렉트로 수출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ZUN 또한 4면 보스 곽청아를 내세우면서 (스토리상 대놓고 선인) 이 설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한일 양국간의 다소 껄끄러운 관계에서 비롯되는 트러블을 의도적으로 배제하기 위해 한국계 캐릭터를 언급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원전이 되는 인물은 '모노노베 노 후토히메'인데, 실제 당시 배불파(불교를 배제)의 중심이 되는 모노노베 노 모리야의 누이라고 합니다. 동방구문사기에서 모노노베노 후토가 미코가 테스트 겸 죽어봐라고 했을 때 실제로 뒈졌는데, 속으론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하는걸 봐선 불교를 공인했던 성덕태자(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의 불교를 둘러싼 쟁점 차이를 내심 이런식으로 표현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원전 인물과는 달리 디자인적 모티브가 된 원전요소는 일본의 유명한 음양사인 '아베노 세이메이'로 추측됩니다. 이유인즉슨 후토의 능력이 '풍수를 다루는 정도의 능력'이고, 이 풍수하면 생각나는 직업은 단연코 일본의 음양사이며 음양사의 서브컬쳐계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이 세이메이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작품 내의 디자인과 아베노 세이메이의 음양사 복식을 보면 상당히 유사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일부 갤러들은 엥?? 음양사가 왠 풍수?? 라고 하실수도 있지만, 음양사의 개념이 현대에 와서 귀신을 때려잡고 마물을 봉인하는 퇴마사의 의미로 재해석되어서 그렇지, 당대의 음양사들은 풍수,수학은 물론 종교계에도 전반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나름 엘리트 관직이었습니다. 물론 중세 이후로는 다소 격하되긴 합니다만, 엄연히 고대 시대에는 중앙 관직에 속해있는 공무원들이었습니다.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모노노베노 후토가 테스트겸 죽어보라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명령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가(불만이 많았음에도) 일반 관계도 아닌 자신의 최상위 상관이 내린 명령이었기 때문이었을수도 있습니다.

 

후토가 쓰는 스펠 중 하나는 염부「폐(폐할 폐)불(불교 불)의 염풍」인데, 앞서 모티브가 된 모리야의 누이인 후토히메의 배불파의 성격을 드러낸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도교와 이 두 캐릭터는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밑에서 살펴봅시다.

 

3.도교와 불교와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동방신령묘의 최종보스 토요사토미미 노 미코입니다. 여기서도 노가 사용되었네요.

 

모티브가 된 원전인물은 두말할 필요도 없이 쇼토쿠 태자(성덕태자)로, 일본 역사 과목에선 뻔질나게 배우는 인물이자 일본의 지폐단위에서 등장하는 인물로, 그의 실존 여부 또는 역사적 과장에 대해서 많은 논쟁이 있습니다만은 일본 역사의 한 축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인물임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성덕태자에 관해 글의 이해를 도울만한 내용을 중심으로만 간단히 살펴봅시다. 성덕태자는 의외로 덴노는 아니었고 섭정으로, 어머니가 소가(5면 중보스의 그 소가)씨의 일원입니다.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오마케 스토리 파일을 보면 '마구간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천재였다.'로 시작하는데, 이는 당연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인 성덕태자가 마구간에서 태어난 점을 차용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라 불리기 전에는 마구간에서 태어났다는 뜻의 '우마야도(厩戸)'라고 불렸습니다. 성덕태자란 명칭 자체는 우리나라의 세종,태종과 같이 고위 관직이나 왕이 사망한 후 붙이는 시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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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귀한 태생이었던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이러저러한 호소를 들을 수 밖에 없었다.

어차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관리들이 푸념같은 걸 늘어 놓는 일도 많았다.

그러나 미코는 그것을 모두 이해하여 곧바로 정확한 지시를 내렸다.

그 소문이 세간에 널리 퍼져 성인으로서 절대적인 인기를 얻은 듯하다. (오마케 파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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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열 개의 소리를 동시에 듣는 능력'과 귀결됩니다. 실제 일본의 가장 유명한 두가지 역사서 중 하나인 '일본서기'에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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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而能言、有聖智。及壯一聞十人訴、以勿失能辨、兼知未然。

황자는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하였고, 성스러운 지혜가 있었다.

장성해서는 한 번에 열 사람의 소송을 들어도 틀리지 않고 판별하였고,

아울러 앞으로 일어날 일까지 미리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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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나와있는데, 게임 상 미코의 능력은 이런 부분에서 차용한 게 아닐까 합니다. 다른 동방 보스들에 비하면 능력이 조금 동떨어진 감이 없지않아 있습니다만, 실제 성덕태자가 일본에서 가장 치세를 잘한 인물로 꼽히고 부흥한 시대를 이끌었다는 점에 착안해, '한 번에 열 사람의 소송을 들어도 틀리지 않고 판별' 즉 그만큼 일처리가 명료, 정대했고 치국에 능함을 ZUN은 각색하여 표현한 듯 합니다.

 

고대에는 왕과 고위 관리들에게 언사(말씀)을 올림은 곧 상소였고, 고위 관료나 왕이 아래로부터 올라온 말을 들음(헤아림)은 결국 나라를 다스리는것과 귀결(치세)되었습니다. 즉,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설정상 능력인 [한 번에 열명의 이야기를 동시에 듣는 능력] 또한 다시 말해 그만큼 대단한 일처리와 행정사무, 치세를 떨치는 능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ZUN은 이것을 게임 캐릭터인 미코가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헤드셋이란 아이템을 낀 것으로 표현했습니다.

 

물론 일본서기가 일본 정부에 의해 각색되고 개정된 만큼 실제로 그런 일이 있다기 보다는 '아 그정도로 저명한 정치가였구나'하는 정도로만 받아들입시다.

 

여담으로 미코의 게임 내 모습에선 헤드폰에 화(和)가 써져 있는데, 이는 일본의 야마토(大和)시대에서 유래했듯, '와'라는 사상으로써, 깊이 들어가면 지루하니까 간단히 요약하자면 쇼토쿠 태자의 율령에 있어 가장 근간이 되는 치세의 구성사상입니다. 6면 필드 테마의 이름이 '화(和)를 제일로 여기라' 인 이유입니다.

 

또한 '정미의 난(정미년에 일어난 전란)'이라고 불리는 난을 진압하기도 했는데, 바로 이 정미의 난을 일으킨 가문이 모노노베와 소가씨 가문이었고 이는 각각 신령묘 5면의 중보스,보스에 해당하는 인물들입니다. 겉으로는 불교의 숭상을 두고 벌어진 난이었지만, 내막은 왕권이 부실한 중앙정부의 권력을 차지하려는 호족의 반란이었습니다(고대에는 일본은 물론 중국, 우리나라 또한 중앙집권화의 기틀이 확실히 잡히지 않은 시기에 내란이 많았습니다). 이는 동방신령묘 5면 보스 후토의 오마케 파일에도 나와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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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먼 옛날의 얘기. 지금으로부터 천 수백 년 정도 전이려나.

아직 국가가 사람을 통치한다는 개념이 확립되기 이전의 이야기. 사람, 물건, 기술, 종교 등 다양한 것이 바다를 건너왔다.

그 중 하나, 불교가 이 나라를 크게 뒤흔들었다.

나라는 불교를 둘러싸고는 숭배파와 폐불파로 나뉘어졌고 서로의 골이 깊어져 갔다. 신도의 신님인 우마시마지노미코토를 선조로 하는 모노노베가문은

폐불파였다. (동방신령묘 5면보스 오마케 파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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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에 한 국가에서 한 종교를 공인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가에서 종교가 공식적으로 인정된다는 것 훨씬 이상으로 큰 쟁점이었습니다. 종교로 대변되는 중앙 지배자의 권한과 치세를 국가 전역에 떨침은 물론, 강한 호족들 역시도 이에 순응해라는 (=중앙집권에 복속되라는) 의미었기 때문입니다. 시대상으로 훨씬 뒤인 우리나라의 고려시대(중세)에 조차 교종과 선종을 둘러싸고 그 대립이 극심했던 것을 보면 그보다 이전인 당시(고대)에는 얼마나 큰 사안이었을지 상상이 가시겠지요?

 

어찌되었던 게임 내에서의 후토는 겉으로는 불교를 숭상하면서 실제로는 불로장생의 길을 걸을 수 있는 도교를 숭상합니다. 이 때문에 후토는 종교전쟁을 일으켰다고 언급되는데, 게임 내에서는 자신들을 신의 자손(정토사상)이라고 생각하는 모노노베 가문과 도교를 이용해 새로운 신이 되고자 하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종교전쟁'으로 표현했고 즉 다시말해 '동방신령묘'의 가장 큰 스토리적 모티브는 종교를 빙자한 혼란했던 당대의 실제 권력싸움을 게임 내에서의 도교를 차용한 정치싸움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내에서 미코는 겉으로는 불교를 숭상하는 척 하면서 불로장생을 위해 도교를 숭상합니다. 실제 역사의 성덕태자가 불교를 공인했다는 점과 대응되지요. 당연히 이 불로장생을 위해 시해선이 되어 때를 기다렸고, 여기에 동방성련선의 최종보스인 '히지리 뱌쿠렌'이 본의아니게 절을 세우고 부활을 늦춘다는 스토리가 끼여 있습니다. 여기서 시해선이란 선(船)이 아닌 죽은 신선이라는 말로, 5면 보스가 배타고 다니는거랑 연관짓기 쉽지만 그것이랑은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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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의 계획대로라면 나라 전체가 불교에 한계를 느끼고는 성인을 원할 때에 부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불교는 천년 이상이나 이 나라를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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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역사입니다. 쇼토쿠 태자는 일본 최초로 불교를 공인하여 민심을 다스리자 하였고 이가 신령묘와 미코의 스토리에 불교가 뺀질나게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미코와의 보스전 도중 바뀌는 배경의 모습. '호류지'란 절이며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절이자 목조건물로서, 백제 양식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까지 집중해서 읽으셨다면 눈치채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애초부터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와 성련선의 최종보스인 히지리 뱌쿠렌은 사이가 좋을래야 좋을수가 없었습니다. 단순히 게임 내에서 최종보스끼리 사이가 안좋다고 간단하게 넘어갈수도 있지만, 서로가 섬기는 사상의 주안점을 비교해보면 물과 기름 수준으로 사상이 맞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히지리 뱌쿠렌의 이름을 이루는 한자는 성 백련으로 白蓮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白蓮(백련)이란 불교의 경전인 법화경(法華經)의 별명인 백련화경(白蓮華經)에서 따왔다고 보았을 때 이해가 가능합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불교에는 세 시대가 있는데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누었을 때 각각에 해당하는 부처가 있고 - 미래(현대의 시간개념으로 따지면 약 2천년대 이후)에 해당하는 부처의 경전이 법화경입니다. 즉 불법에도 시대에 따라 메타가 있다는 것이지요.

 

이 불교의 중심 사상은 부처가 따로 있다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으로, 뱌쿠렌이 세운 절 이름이 '묘렌사'이듯 이 경전의 이름은 '묘법연화경'이라고도 합니다. 특히나 누구나 부처가 될수 있다는 구절에서 알수있듯 계급을 부정하는 성향이 강했는데,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야망 중 하나였던 '모두가 바랄 때에 혜성같이 내가 나타나(부활해) 숭배받는다'랑 완전히 반대되는 사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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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불교(법화경, 히지리 뱌쿠렌) - 누구나 부처가 될수 있는 사상이 모티브, 계급 부정 (그렇기에 뱌쿠렌의 종족이 '인간'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VS

 

도교(신선사상,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 내가 신선이 되고 내가 짱이고 내가 숭배받아야 함. (미코의 계획대로라면 나라 전체가 불교에 한계를 느끼고는 성인을 원할 때에 부활할 예정이었다. - 오마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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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원전에서조차 둘은 대립되는 성질이기에 실제 게임 스토리 상에서도 둘은 사이가 좋을래야 좋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앞서 강조했듯 신령묘가 종교를 둘러싼 정치싸움의 모티브를 따왔다는 데에 힘을 실어줍니다. 물론 실제로 쇼토쿠 태자가 불교를 퍼트리는 척 하면서 속으론 내심 도교를 숭상했다는 점은 역사와 거리가 멉니다. 아마 게임 내에서 미코가 속으론 도교를 숭상했다고 해야 불교컨셉을 차용한 뱌쿠렌과의 컨셉 중복을 피할 수 있었기에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역사에서 성덕태자(토요사토미미노 미코) 하면 불교니까요.

 

이렇듯 뱌쿠렌과의 라이벌 관계도 그렇고 모노노베, 후토 가문에도 종교가 빠지지 않는데, 다시금 말해 동방신령묘는 정치를 둘러싼 실제 일본의 고대 권력싸움을 ZUN식으로 각색하여 풀이한 스토리라고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줄요약

 

5면 중보스와 보스는 실제 쇼토쿠 태자(6면보스)시절의 명망있는 호족 가문들의 일원이었고, 폐불을 둘러싸고 난을 일으켰는데 (정미의 난) [실제로는 중앙집권화 과정에서의 호족과의 권력다툼]

 

실제 역사에서 쇼토쿠태자(6면보스)는 이를 진압하였고 불교를 공인(게임 내에서는 속으론 도교 숭상->뱌쿠렌이랑 라이벌)하였으며

 

이는 동방신령묘에서 정미의 난을 각색한 모노노베와 후토 가문의 권력싸움으로 표현되었고, 동방신령묘는 실제 정치알력싸움을 풀어낸 스토리라고 볼 수 있다.

 

+) 아 그리고 이 말을 깜빡했는데 저도 전문 해설사나 교수가 아닌 만큼 틀린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지적 조언 해주시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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