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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hou Project 백업/설정 탐구

동방감주전 '순호'

루뇨 리버 2023. 11. 17. 16:11

어느새 동방 최종보스들의 설정, 원전을 살펴보는 설정연재글도 3편을 맞게 되었네요.

이번 편은 개인적으로 제가 굉장히(?) 기다렸던 동방감주전의 순호 편이 되겠습니다.

 

 

 

기다리기 힘드네요. 바로 시작해 봅시다.

 

 

 

1. 순호의 배경이 된 '하나라'

 

인류 역사의 첫 문명에 해당하는 최초의 '세계 4대 문명'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물론 이는 주로 동양권에서만 통하는 개념입니다만, 우리의 교과과정에서 이 개념을 익히기에 친숙한 표현이므로 사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4대 문명은 각각 중국의 황하 문명, 파키스탄과 인도의 일부 지방인 인더스 문명, 이집트의 이집트 문명, 이라크~이란 일대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그것이죠. 그리고 순호의 모티브가 된 후예의 처 순호는, 바로 이 중국 황하 문명의 하나라 인물입니다.

 

우선 하나라는 '중국의 문헌에 따르면', 중국 최초의 세습 왕조로 기록되어 있긴 합니다. 흔히들 우리가 중국의 왕조 하면 부모님 세대들이 "하.은.주" 로 시작하시는데, 그때의 첫 나라인 하가 바로 해당 국가이죠. 다만 하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현대 학계에서 이 하나라는 학술적.고고학적 자료가 굉장히 빈약한 탓에 실존한 왕조로 거의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다음에 이어지는 국가인 은나라(상나라)도 그 역사의 실존성을 증명해줄 수 있는 각종 자료가 빈약한 편이었고, 하와 같이 전설상의 국가로 취급되고 있었습니다만, 중국 최초의 문자이자 한자의 원형이 되는 귀갑수골문 (갑골문이라고도 합니다) 이 발견됨으로써, 은나라는 공식적으로 실존했던 국가로 인정받게 됩니다. [요즘엔 학계 의견이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최소한 제가 대학수업받을땐 이랬음;]

 

이처럼 하나라도 은나라처럼 그 존재를 명확히 증명해줄 수 있는 자료가 출토되거나 발굴된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는 학계에서 실재하지 않았던 국가로 보는 의견이 대세입니다. 역사나 신학에 이해가 상당히 깊은 ZUN의 특성상, 자신이 분노하는 이유조차 망각할 정도로 오래된 신령이 순호의 배경을 일부러 이런 실재유무까지 알 수 없는 고대의 문명으로 선택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2. 후예와 상아에 대해서

 

후예는 하(夏)의 비정통 국왕으로서, 씨는 유궁씨, 휘(이름)는 예, 또는 후예라고 일컫어집니다. 예는 중국 신화의 궁술의 신인 예와 동일한 것으로 그려지기도 하는데, 이에 궁술의 신의 아내는 항아(또는 상아, 달의 여신) - 그리고 하의 국왕 예의 처는 순호(현처)로 알려져 있습니다. 감주전에서는 두 예를 동일시한 설을 택하여, 순호가 상아에게 직접적으로 원한을 가지게 되는 계기에 개연성을 붙였습니다.

 

<< 신화 속에서의 궁술의 신 예 >>

 

신화속, 궁술의 신 예는 원래 그 근본이 달의 여신인 항아와 같은 천상의 신격이었습니다. 어느 날, 옥황상제 - 제곡(제준) 고신씨와 태양의 여신 희화의 아들래미 태양 10명이 난데없이 다 같이 하늘로 떠올라 지상을 찌는 더위로 뒤엎는 횡포를 부리게 되는데요. 원래는 이 태양들이 근무를 바꾸듯 서로의 순번을 정해놓고 교대해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 며칠 전 올라간 연표에서 언급된 그 제곡 고신씨가 맞습니다 >

 

태양이 하나도 아니고 열 개나 하늘에 떠오르자, 온갖 식물들이 말라서 죽고, 흉작이 들며, 대지가 말라 죽어갔습니다. 이에 대경한 요임금(요순임금이란 말을 들어보셨죠?)이 하늘에 제사를 올리며 급히 도움을 구하자, 옥황상제는 예에게 대단히 아름다운 붉은빛 활과, 하얀 화살 열 개가 들어있는 화살통을 하사하며 그를 급히 파견합니다. 적당히 말리면 될 일이었는데, 예가 좀 하드코어하게 10명 중 9명의 태양을 쏴 죽여버리는데요. 일단 제가 기억하는 이유로는

 

예는 애초부터 태양 10개 중 1개만 남겨서 자연의 밸런스를 조절하려 하였다. (활과 화살을 나누어 준 것 자체가 무언가를 '쏴 죽여라'라는 의미를 지니므로)

 

예는 원래 10명의 태양을 모두 쏘아 죽이려 하였으나, 그러면 지상을 비출 태양이 모두 사라지기에 옥황상제가 몰래 화살 하나를 숨겼다.

 

정도가 있습니다. 인터넷에서 더 찾아보니, "그 활과 화살로 요임금이 직접 태양을 쏘았다", "요임금이 예에게 직접 태양을 쏘라고 명령했다.", "처음에는 좋게 해결하려 하였으나, 태양들이 그 부모를 믿고 대단히 교만하고 방자한 탓에 활로 쏘게 되었다" 등의 전승도 있다고 합니다. 이를 동방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태양신 아폴론과 연관시켜 상아의 남편인 예가 태양 9개를 쏴 죽이게 되었고, 태양이 사라짐에 따라 빛을 잃어 힘이 약해진 헤카티아 라피스라줄리 또한 그 부인인 상아에게 원한을 품게 된 것으로 나옵니다.

 

이후 태양의 폭주로 미쳐 날뛰는 고대의 괴수들을 쏘아 죽이며 여러 업적을 달성하던 차에, 난데없이 자기 아들을 9명이나 쏴 죽였다는 이유로 옥황상제는 예를 그의 아내인 상아와 함께 둘을 인간으로 격하시켜 추방하게 됩니다. 감주전에서는, 아마 이 일화를 소재로 예와 상아를, 본디 인간이었던 순호와 엮이게 된 계기로 차용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상아는 원래 신이었고, 달은 신들의 도시로 그려지므로 이 둘이 지구로 내려와 순호와 인연이 엮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인간이 되어버린 예는 자신의 부인인 항아와 같이 살다가, 어느 날 강가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보고 너무나 늙어버린 탓에 큰 슬픔과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이에 다시 신으로 승천할 방법을 찾던 도중, 중국 신화의 여신인 [서왕모]에게 선단 두개를 얻어오게 됩니다. (참고로 이 서왕모는 중국 신화에서 모든 여선(女仙)들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는 매우 지체 높은 신격입니다) 이 서왕모에게 찾아가는 길은 굉장히 험난했는데, 이 과정에서 얻게 되는 아이템이 바로 한,중,일 신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불쥐의 털옷] 입니다. 타케토리 모노가타리의 카구야공주 이야기에서도 등장했으며(동방영야초에서는 스펠 카드 중 하나로 구현), 흔히들 애니메이션 '이누야샤'로 알고 있는 그것과 동일한 것입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이 선단을 하나만 먹으면 불로불사하고(도교의 상징, 서왕모가 도교의 여신인것과 궤가 같습니다), 두개를 먹으면 신선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을 알아차린 항아 씨발년이 남편인 예 몰래 뒤통수를 치고, 자신이 두개를 모두 복용하여 신선이 되어 승천해 버립니다. 허나 항아도 이 일로 문책을 당해 달두꺼비가 되어 버리고 맙니다. 갤에서 항아(상아) 이야기가 나오면 두꺼비란 댓글이 달리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이후 예는 봉몽이란 이름의 제자를 두게 됩니다만, 스승을 뛰어넘고 싶었던 욕심에 봉몽의 뒷치기에 당해 허무하게 사망해버리고 맙니다. 봉몽은 원래 스승을 실력으로 꺾고 올라가고 싶었습니다만, 예가 인간이 되었어도 본질은 신이었던 탓에 그를 무예로 압도하기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서로 화살을 쏘는 대결에선 화살로 제자의 화살을 꿰뚫어 버리고, 제자의 화살이 한발 더 많았음에도 그 화살을 이로 깨물어 붙잡거나 손으로 낚아채는 등...) 이에 봉몽은 예가 다른 것에 신경을 쓰고 있던 차에 복숭아나무로 그의 뒤통수를 후려갈겨 스승을 살해하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예는 매우 지체 높은 신격이었던 것과는 다르게 비참한 말로를 맞게 됩니다. 당대의 시대상이 신화로 표현된 특성상, 원래 강대했던 예, 또는 예와 관련된 신앙이나 세력이 후기에 들어 급격히 쇠퇴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데요. 학계에서는 이를 해당 지역군에 속해 있던 민족 간의 투쟁으로, 더욱이 그 투쟁에서 예의 세력의 굉장히 위축되게 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고, 저 또한 이렇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일본 신화에서 중앙집권을 의미하는 쿠니츠카미와, 지방 토호 세력을 의미하던 아마츠카미가 서로 충돌하듯이 말이죠. << 동방풍신록의 스토리 원전)

 

<< 하나라 국왕으로서의 예(후예) >>

 

 

하나라의 상왕을 내쫓고 쿠데타를 일으켜 종국엔 직접 왕위를 계승한 인물로, 활을 굉장히 잘 쏘았기에 위의 신화 속 예와 동일시되기도 하였습니다. 이후 원래 후기라는 이름의 남편을 두고 있던 현처 순호를 NTR하여 아내로 삼고, 남편이었던 후기와 아들 백봉은 자기가 죽여버립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좀 더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예가 왕권을 찬탈한 이유는, 바로 당대의 하의 3대 국왕 태강(太康)이 대단히 무능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주색과 사냥에 빠져 국정을 전혀 돌보지 않았음은 물론이오, 태강의 동생이 그를 평가하기를

 

***

 

萬姓仇予 백성들이 우리를 원수로 여기는데

 

予將疇依 우린 누구를 의지할 것인가

 

鬱陶乎予心 울적하고 불쌍하기가 그지 없는 마음이여

 

顔厚有 얼굴이 뜨겁고 화끈거린다.

 

 

***

 

라고 하였고, 이는 곧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후안무치(뻔뻔스레 부끄러운 것을 모른다는 뜻)'이라는 사자성어가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태강은 이웃의 유궁(有窮)씨의 왕이었던 후예에게 왕위를 찬탈당하게 됩니다. 후예는 이후 태강의 동생이었던 중강(中康)을 왕으로 옹립시킨 뒤 실세를 휘두르게 되는데요. 문제는 이 중강왕이 후예를 죽이고 다시 권력을 되찾기 위해 물밑작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인재를 등용하던 사이에 끼인 인물이 백봉(순호의 아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는 예(후예)에게 발각되었고, 예는 이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인물들을 모조리 숙청하기에 이릅니다. 당연히 순호의 아들 백봉 또한 이 대숙청에 피를 보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아예 후기(순호의 남편)씨의 씨를 말려 멸족시켜 버립니다. 게임 내외적으로 예가 순호의 남편과 아들을 모조리 죽였다는 것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덤으로, 원래 그의 부인이었던 순호마저 강제로 빼앗아 아내로 삼게 됩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예에게는 [한착]이라는 이름의 유능한 신하가 있었는데, 이 한착의 정무처리 능력이 굉장한 탓에 예는 국왕으로서 국사는 책임지지 않고, 사냥에 빠져 궁을 떠나는 일이 잦게 됩니다. 이에 한착은 큰 야심을 품고 예를 축출하고자 할 계획을 세우니, 이 대담한 쿠데타에 가장 큰 조력자가 바로 원치 않게 자신의 남편과 아들을 잃게 된 순호였습니다. 이후 순호는 한착과 합심하여 예를 왕위에서 몰아내는 데에 성공, 죽이게 됨으로써 복수에 성공하게 됩니다. 기록에 따르면 팽형(삶아죽임)에 처했고, 만약 이 기록이 실제 역사일 경우 이 당시의 팽형은 형식상 팽형이 아닌, 실제로 기름에 삶아죽였을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

 

‘예가 우연히 발견한 순호를 보고 한 눈에 반해 억지로 아내로 들였다. 순호는 이 혼인에 불만이 있었으나 총명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순종하며 내심에는 모반을 생각하고 있었다. 거기서 예의 부하인 한착을 유혹하여 그를 모반하도록 만들어 예를 살해한 다음 한착의 처가 되었다.

 

***

 

자신이 직접 무능한 왕권을 찬탈해 왕이 되어 놓고선, 똑같은 결말을 맞게 되었단 점이 참으로 아이러니하지요.

 

 

<< 항아(상아)에 관련한 또 다른 정보 >>

 

 

항아는 중국 신화 속 달의 여신입니다. 달이 배경인 감주전에 그녀가 언급되고, 전설에서 그녀가 달로 숨었음은 이와 관련이 있습니다.

 

위에서는 단순히 항아를 자신의 사리사욕에 눈이 멀어 선단을 두개 독식해버린 년으로 언급했습니다만, 사실 해당 전설에서 상아가 선단을 두개 모두 먹게 된 데에는 많은 버전의 전승이 있습니다.

 

예컨대 점쟁이가 둘이 선단 하나씩을 먹는것보다 한명이 몰아서 두개를 먹는게 훨씬 낫다고 예언해서 그렇게 했다고 하는 전승이나, 또는 한 명이 두개를 모두 먹어야만 된다고 했는데 알고보니 그 점괘가 틀렸던 경우 등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동방감주전에서 차용한 설은 아마도 전한 시대의 문헌 <회남자>의 상아 이야기로 보이는데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아는 선단을 훔쳐 달로 달아났으나, 남편을 기만하고 배신한 죄가 있기에 달에 영원히 유폐되고 마는(감주전과 동일) 신세가 됩니다. 달에는 단지 약을 찧고 있는 달토끼밖에 없었기에, 항아는 남편을 속였던 것을 후회하면서, 아무것도 없는 쓸쓸한 대지인 달에서 평생을 보내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더욱이 아무 컨텐츠도 없는데 신선이 되어버린 탓에 자연사하지도 않겠지요. 후회하기엔 이미 늦었음을 깨달은 항아는 달토끼와 함께 평생을 달에 유배되어 지내게 됩니다.

 

이 전승에서 상아는 달두꺼비로 변하지 않는데, 딱히 두꺼비에 관한 언급이 없는 동방감주전에서의 상아의 특성상 ZUN은 아마 이 설을 채용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다만 유념할 것이, 동방외래위편에서는 상아가 "두꺼비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라고 했으므로, 원래 두꺼비였는데 감주전에서 언급되지 않았거나, 또는 설정이 심화되며 변경되었거나 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의 상아는 두꺼비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것이 맞습니다.

 

3. 모티브가 된 인물인 전설 속의 '순호' 에 대해서

 

 

 

모티브가 된 현처 순호에 관련해서는 위에서 언급했던 내용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애초에 갑골문 이후의 은나라가 아닌 하의 인물이었기에 그 기록이 대단히 부실한 탓이 큽니다. 다만, 기록에서 모두 그 용모가 대단히 빼어난 여인이라고 묘사되며, 그 검은 머릿결(이름인 純과 관련있음)은 너무나 찰랑거리고 윤택했던 탓에 흡사 거울과 같아 사람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을 정도였다고 쓰여져 있습니다.

 

순호가 그토록 예를 증호했던 이유는, 자신의 아들을 죽여서란 이유도 분명 있겠지만 지아비의 가문을 완전히 멸문시켜버렸다는 탓도 클 것입니다. 예는 원래 유부녀였던 순호를 빼앗는 과정에서 남편과 아들인 후기와 백봉을 모두 참했고, 앞서 말했듯 반역을 도모한 데에 일조한 것으로 여겨졌던 후기의 가문은 더 이상 그 계를 이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는 단순히 아내의 용모가 아름답거나 해서 그녀를 앗아오는 것 따위가 아닌, 가문 그 자체를 멸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였으므로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모욕적인 행위가 됩니다. (왕권을 지켜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였겠지만..)

 

이에 순호는 위에 언급했던 한착과 결탁하여 예를 몰아내고 삶아죽이는것에 성공, 복수를 이뤄내며 한착과 재혼하여 아들도 둘 놓고 다시 잘 살게 됩니다.

 

복장의 구미호는 아마도 <<대한화사전>>의 내용을 따온 것으로 보입니다. 대한화사전은 중국의 문헌이 아닌, 일본에서 한자를 일본어로 풀이하여 쓴 사전인데요. 이 책에는 '순호'를 개개인의 이름이 아닌 특정 집단을 뜻하는 단어였다고 풀이합니다. 성씨보다는 집단일 확률이 높은 것이, 1편 신령묘 편에서 고대시대의 성씨는 현대의 성씨보다 특정 소속이나 집단에서 온 자를 뜻한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 집단에서 구미호를 숭배했기에 감주전에서의 순호의 복장에 아홉 꼬리의 여우가 새겨진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개인적으로 약간 의아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꼬리 아홉개 달린 구미호란 개념은 중국의 괴서로 유명한 '산해경'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작성연도는 불분명합니다만 최소 춘추전국시대 이후로 여겨짐을 감안하면(순호는 춘추전국시대보다 훨씬 이전의 인물이므로), 하나라 국왕으로서의 예의 전설과 신화 속의 후예 에피소드를 모두 짬뽕시켜 스토리를 엮어냈듯, ZUN은 이 이야기 또한 혼합시켜 단순히 '순호'와 관련된 모든 것들을 하나로 엮어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와는 별개로, 실제 하나라의 복장은 [실존했다는 가정 하에] 인게임에서의 순호처럼 화려하지 않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시기상으로 신석기~청동기 시대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 인게임에서의 순호 >>

 

 

 

 

< 내 이름은 순호, 달의 백성들에게 원한 진 무명의 신령이다 >

 

인게임에서의 순호는 여간의 6면보스 스타일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독특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이는 애초에 동방감주전이란 작품 자체가 ZUN의 굉장한 실험작이였던 탓이 큽니다.

 

<동방외래위편>의 인터뷰에 따르면, ZUN은 시스템적, 그리고 스토리적으로도 굉장히 도전적인 의미로 이 게임을 제작했다고 합니다. 전작인 휘침성이 원점회귀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토였기에, 이번에는 굉장히 특이하고 새롭게 도입하는 시스템적 요소를 넣게 되었다고 하네요. 제작자 공인 가장 강력한 캐릭터인 헤카티아와, 만만치 않은 포스를 뿜내는 순호, 그리고 그간 최강의 집단으로 여겨졌던 달의 수도성이 허무하게 함락당한 충격적인 스토리 전개와 등장인물들은, 어쩌면 이런 도전을 저변에 깔아두고 게임을 제작하게 된 특성상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었을 요소로 보입니다. 실제 인터뷰에서도 이러한 요소를 기반에 깔고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되어 있구요.

 

순호는 그간 동방에서 최종보스들이 보여 왔던 화려하고 알록달록한, 즉 겉보기에 예쁜 탄막을 만들어 내는 데에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녀가 'The Grimoire of Usami'에서 언급한 적 있듯, (죽음을 두려워해라. 목숨을 아까워하여라) 감주전 6면에서의 순호는 실제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해' 공격을 펼쳐 옵니다. 그렇기에 겉보기에 화려한 탄막과는 상관없이, 몰개성하고 단순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치명적인 공세를 펼쳐 옵니다. 이를 ZUN은 인게임에서 패턴화에 기반한 탄막이 아닌, 오로지 순수하게 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피지컬을 요구하는 탄막을 뿜어내는 것으로 구현했습니다. 물론 패턴화가 일부 가능한 스펠도 있긴 합니다만, 엑스트라 모드에서 재등장하는 순호의 공격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쪽의 비중이 높아 보이는것은 사실입니다. 이런 점은 그녀가 시나리오에서 보여주는 막강함에 더해져 굉장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이렇듯 그녀는 분명 강대한 존재로 보입니다. 신작 이후의 동방 프로젝트 최초로 이명을 지니지 않은 캐릭터이며, 스펠카드 앞에 붙는 ~~부 따위의 호칭이 없고(막스펠 제외), 맹월초에서 엄청난 포스를 내뿜으며 독자들에게 숱한 충격을 안겨주었던 달을 상대로 이번 감주전에서의 침공을 제외하면 단신으로 그들을 위협해왔던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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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아들을 살해당했다는게 첫번째 원망이지만, 이미 원망은 순화해서 혼자 싸움을 걸어왔던 모양이다. - 동방감주전 오마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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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순호는, 엔딩에서의 에이린의 언급에 따르면 동방 세계관 내에서도 상아의 남편인 예를 죽이는 것에 성공한 것으로 밝혀집니다. 상아의 남편인 예가 태양을 쏘아 죽여 가장 강력한 등장인물인 헤카티아의 심경도 거스르게 만들었음을 고려해 보면, 그를 죽이는 데에 성공한 그녀의 강함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렇듯 숱한 침공은 달의 현자인 야고코로 에이린에게 그 분노를 위로받는 것으로 막아져 왔습니다. 그러나 영야초에서 알수 있듯 에이린은 호라이산 카구야의 유배 이후 지상의 환상향에 내려와 거주하게 되었고, 에이린이 사라진 차에 헤카티아와 동맹을 맺어 달을 침공하게 된 그녀의 계획에 달의 백성들은 전혀 손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를 눈치채고, 에이린이 감주의 약을 제조하여 주인공 4인방에게 임무를 의뢰하는 것이 동방감주전의 프롤로그가 됩니다.

 

작중에서, 그리고 ZUN과의 공식 인터뷰인 외래위편에서의 그녀의 강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감주전 레이무 6면 이후 엔딩 >

 

 

 

< 소인인 신묘마루가 자신이 아니면 빠져나갈 수 없어 보이는 탄막이라는 언급과, 마찬가지로 최강자 반열인 오키나가 숙련된 거리예술이라며 평가하는 모습 >

 

또한 이런 것도 있습니다.

 

 

제작자인 ZUN조차, 플레이어가 레거시 모드에서 완전히 죽지 않고 (감주의 약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로) 순호를 격파함은 개연성, 설정상 문제가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분명 순호는 강대한 존재로 설정되었음이 자명해 보입니다.

 

다만 이런 복수귀같은 성격과는 별개로, 실제 성격은 의외로 굉장히 차분하고 이성적인 인물입니다. 많은 분들이 잘 캐치하지 못하실 부분인데요. 위에서 언급한 'The Grimoire of Usami'에서는, 갑자기 죽음의 공포를 알려주겠다며 대회를 엎어버릴듯한 포스를 뿜습니다만, 이건 단순히 놀래 주기 위한 연기였고 이후에는 굉장히 차분한 말투로 관객들에게 공연을 선사합니다. 더불어 감주전 내의 레이무, 사나에와의 대화에서, 달의 백성들이 큐리오시티와 지상 정화 작전으로 환상향을 인질로 잡은 것에 대해

 

 

"왜 우리들 싸움에 상관없는 애들까지 피해보게 만드냐?" 식으로 불쾌함을 표하는 대사도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강한 힘을 지닌 존재입니다만, 자신과 개인적 원한이 없는 상대에게 힘을 남용하거나 하는 과시적 성격의 인물은 아닌 것으로 보여줍니다. 이는 자신의 친우이자 동맹인 헤카티아와도 일맥상통하는 요소입니다.

 

더욱이, 자신의 강한 힘으로도 그 힘이 한참 미치지 못하는 존재에게 필요 이상으로 과한 힘을 사용하는 것도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 인물인듯 묘사되는 대사 또한 있습니다.

 

오오 인격자...

 

<< 순호의 강함에 관해 >>

 

 

갤에는 저를 비롯해 순호 빠가 많습니다. '달에 홀로 대적한 여인'이라는 것과 압도적인 카리스마에서 뿜어져 나오는 중후함은 분명 매력적이지요. 허나 각자 개인별로 좋아하는 최애의 캐릭터가 있고, 설정 파고들기의 깊이가 과하여 다른 캐릭터들을 업신여기고 비하하는 행태로 가게 될 경우 (장난을 제외하면), '빠가 까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듯 이는 결코 좋게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헤카티아를 제외하면, 세계관에서 순호가 가장 강하다'. 저는 이 말에 대해, '그렇다'가 아닌 '알 수 없다'라고 확실히 대답하고 싶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순호가 여러 묘사로 보아 굉장히 강력한 인물임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지금까지 달의 현자인 야고코로 에이린에 의해 그 침입이 모두 실패하여 종국에 달을 멸망시키는 성과까지는 이뤄내지 못한 인물입니다. 물론 동방 감주전의 출시는 그간 여럿 매체에서 드러냈던 동방맹월초와 같은 달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 훨씬 이후이고, 이전의 침공에서 순호가 실제로 달을 멸망시켰다면 세계관 스토리 상 연대기가 어긋나게 되므로, 순호의 침공이 감주전의 배경 전까지 모두 실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되었던 순호의 계책은 에이린에게 막혀왔고, 단순히 힘의 측정만으로 그 세기가 결정되지 않는 동방 세계관의 특성상 이런 요소를 놓고 보더라도 "순호는 동방 세계관 2위이다"라고 확언하기엔 순호빠인 제가 봐도 분명 어폐가 있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감주전이변 이전까지 "단신으로" 달을 위협해온 인물입니다. 그 존재가 너무나 강대하기에 달의 역사에서도 지워져 달의 초고위층을 제외하면 이 대적을 아는 인물이 극히 드물며, 감주전이변에서 실제로 주인공들이 순호를 막아내지 못했다면 정말로 달은 멸망했을지도 모를 운명입니다. 더군다나 순호를 뇌지컬로 상대해온 인물이 그 누구도 아닌, 달의 최고 천재이자 토요히메와 요리히메의 스승인 야고코로 에이린이란 것을 반드시 상기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분명 달의 최고 지성이며, 그녀의 원전은 무려 일본서기 '지식의 신'인 오모이카네로, 일본서기의 범신들보다 한참을 웃도는 우주의 창조신으로 일컫어지는 타카미무스비의 아들입니다. 이런 인물이 순호를 그간 상대해와야 했음은, 그녀가 달에 얼마나 심대한 위협이였는지에 대한 방증이 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감주전의 침공은 이 에이린의 예측마저 뛰어넘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순호가 대동한 지옥의 여신 '헤카티아'의 존재를 에이린조차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생명력을 순화한 요정들을 침공시키면 달의 백성들은 분명 꿈의 세계로 숨어들 것이라 순호는 예측하였고, 그렇기에 그녀는 헤카티아를 꿈의 세계에 애초에 잠입시켜 두게 됩니다. 이는 엔딩에서 에이린이 헤카티아의 존재를 전혀 예측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알 수 있으며, 직접적으로 엑스트라 스테이지로 게임 스토리가 이어지는 원인이 됩니다. 그렇기에 감주전의 엑스트라 스테이지는 게임 시작 시 EXTRA STAGE가 아닌, STAGE 7로 표시됩니다.

 

결론적으로, 여러 요소들을 고려해 보았을 때 헤카티아를 제외한 다음 인물로 가장 강한 자가 순호일 가능성이 높을 뿐, '그렇다'라고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 순호의 재침 가능성 >>

 

감주전의 이변해결은 여타 다른 작품들과 다르게 의외로 좀 찝찝한 구석이 많습니다. 분명 본편과 스토리가 이어지는 엑스트라 스테이지에서 나름 사건이 해결 된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여러 대화에서 순호는 달을 재침할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습니다.

 

 

이토록 엑스트라의 헤카티아 격파 후 대사에서 순호는 달의 도시를 재침할 것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대부분 갈등을 빚었던 인물들과 주인공들이 '해피엔딩~'으로 오해나 해묵을 갈등을 해소하고 행복하게 끝난 엔딩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생각하면, 분명 이번 동방감주전의 마무리는 영 개운하지 못하게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ZUN 특성상 이런 순호가 달을 다시 침공하는 것을 다룰 가능성은 요원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마무리는 동방감주전이 여러 도전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설계된 작품인만큼, 스토리의 심각성이 여타의 작품들과는 비교를 불허하는 요소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전 작품에서의 봄의 연장이나 신앙을 모으는 것이 아닌, 진실로 한 별의 멸망이니깐요.

 

<< 순호에 관한 몇가지 Q & A >>

 

Q. 그래서 순호의 능력은 정확히 무엇입니까 ?

 

쉽게 말하면 '증폭'하는 능력을 말하는 것입니다. 예컨대 하얗디 하얀 식탁보에 검은 먹물이 떨어졌으면, 순호는 이 먹물을 순화(증폭)하여 이 식탁보를 완전히 검은 식탁보로 물들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순화하는 힘의 정도는 신을 만들어내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공식 인터뷰에서 밝혀진 적 있습니다. 실제로 몇년 전 제가 동갤에 순호 글을 썼을 때, 이런 순호의 능력으로 검게 된 식탁보는 그 본질을 완전히 상실해 하얀 식탁보가 아닌, 완전히 '검은 식탁보'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이 오고간 적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0.001%도 남기지 않고 완전히 100% 그 본질을 바꿔버릴 수 있는지)

 

Q. 감주의 약이란 ?

 

감주의 약에 대해 오해하실 수 있는데, 인게임에서의 묘사처럼 감주의 약은 '복용자를 무적으로 만드는' 약이 아닙니다. 표면상으로는 '지상의 더러움을 없애 주는'약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그 실체는 '미래의 일을 앞서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약입니다. 이를 게임 내의 완전무결 모드에서는 죽어도 다시 해당 챕터에서 부활해 스테이지를 다시 이어나가는 기믹으로 구성하였죠.

 

Q. 감주의 약으로 더러움을 없애서 순호에 대항할 수 있다면, 순호가 침공해올 때 마다 감주의 약을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

 

절대 안됩니다. 우선 감주의 약은 물론 기본적으로 순호와 맞설 수 있는 인물을 '인간 중에서' 골라야 하거니와 (요괴와 달의 주민은 정면으로 상대하는 것이 불가함이 엔딩에서 에이린의 입을 통해 밝혀짐), 결정적으로 감주의 약은 계속해서 복용할 수 없는 약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속 복용할 경우 어느 정도 필요한 필수적인 더러움마저 완전히 정화되어, 복용자의 본질이 없어지게 되고, 인간일 경우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버리게 되는 부작용이 명백히 나와있기 때문입니다. (사나에 엔딩 中) 즉, 감주의 약은 감주전 침공에서 임시방편이 되었을 뿐, 계속해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 기타 >>

 

 

순호와 헤카티아가 베프인것으로 자주 묘사가 됩니다만, 실제로 사용된 표현은 'ツーカー(투커)'입니다. 투커란 '서로 깊게 이해한 사이'라는 뜻의 일본어 표현으로, 둘이 굉장히 각별히 친한 사이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엑스트라 순호&헤카티아전에서, 마지막 스펠인 [처음이자 마지막의 이름없는 탄막]에서 순호의 후방 연꽃 장식(유유코의 반혼접과 같은)이 헤카티아로 옮겨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스펠카드의 '이름없는 탄막'에서 유추해 볼때, 아마 순호가 자신의 힘을 헤카티아에게 빌려준 것이 아닐까요?

 

신령묘~감주전 인물들이 등장하는 '동방문과진보'에 유일하게 출현이 없는 인물입니다. 다만 에이린의 발언에 따르면 '더러움의 극치인 요괴들은 순호를 볼 수 조차 없다'라고 했기에, 문과진보의 화자가 아야이므로 어쩌면 요괴인 아야의 시야에 순호가 들어오지 않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나 강대한 적이 그간 어떻게 알려지지 않았냐는 의문에 대해, ZUN은 달의 고위 지도부가 그 백성들을 공포에 떨게 하지 않기 위해 그 존재를 은폐하여 역사에서 지워버렸다는 것으로 설명을 대신했습니다.

 

중국 신화에서 따온 인물인 만큼, ZUN은 원래 순호의 최종보스전 테마를 중국풍의 음악으로 제작하려 했다고 합니다. 다만 노선을 선회하여, 단순히 그 멜로디와 분위기 자체만으로 '강력함'을 연상시키는 음악으로 만들었다는 인터뷰가 있습니다.

 

ZUN은 순호의 이름인 純을 '순수하다'라는 것에서 따와 '순화하는 능력'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만, 원래 이 純이란 한자는 지극히 '검다'라는 것을 의미하는 뜻입니다. 그 시기가 워낙 오래된 탓에 의복을 유추할 수 없는 하나라의 특성 상, 인게임에서의 순호의 옷이 검정 베이스인 이유는 이러한 이유일지도 모릅니다.

 

언급은 되었으나 상아가 실제 인게임에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모티브가 된 인물로 따졌을 때 순호는 그 역사가 세계관의 등장인물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 됩니다.

 

순호의 머리장식은 [면류관]이라는 것으로, 왕족, 황제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왕은 면류관의 옥장식이 8개, 황제는 10개]

 

앞서 순호가 의외로 굉장히 침착하고 이성적인 성격이란 점을 말씀드렸는데요. 달을 침공하는 것 조차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에이린이 날 막을까' 하며 기대한다는 묘사가 있습니다. 그렇게 자신의 침공이 막히고 나면, 그녀의 책략에 감탄하면서 분노를 가라앉히고, 이후에 다시 쿨타임이 돌면 빡쳐서 달을 침공하곤 하는 식인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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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싫어하지 않고 생명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인간을 희생으로 한 비책을 쓸 줄은 생각도 못했지만, 순호는 안심했다.

  달의 현자는 예상도 할 수 없는 일을 해온다.
  그것이 그의 즐거움인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이번의 복수극은 끝나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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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순호 편이였습니다. 원전과 전승, 신화에서도 알 수 있듯, 동방 인게임에서의 순호가 강한 만큼 모티브가 된 인물도 지극히 아름답고 총명하여 비범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애초에 하나라가 최초의 체계문자인 갑골문이 등장하기도 전의 나라였음을 고려하면, 왕권을 뒤엎는 모반에 남성이 아닌 '여성'이 큰 역할을 했다는 것에서 어지간한 인물이 아니었음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더 쓰고 싶은 내용이 굉장히 많고, 밀린 내용도 많지만 정말 그렇게 하면 도무지 끝을 낼수가 없을것 같기에..

 

못 다룬 내용을 싹 모아서 아마 2편을 만들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 자체가 굉장히 순호 빠이기 때문에 빠심을 없애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데에 노력을 들였습니다. 질문도 받습니다.

 

다음 편은 천공장의 '오키나 마타라'편이 될 예정입니다.

 

순호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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