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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적 세계관을 차용하는 의미

루뇨 리버 2023. 11. 17. 14:19
종교의 한 방법으로서 신화의 기능은
'권위에 빌어 인간 행위의 규범을 제시하는 것'

사회의 심리적 연대, 미적기준, 현실의 인식, 자연과 인간의 관계 등과 같은 모든 삶의 의미는 신화가 제시하는 바에 따라 개연적이고 통일적 형태를 갖는다

전근대에서 근대로 인식적 지평이 이동하면서 강조되어온 이성과 합리성이란 이런 규범적 통일성에서 벗어나며 발생하는 것으로 대표적으로 근현대에서 당연시되는 우연성의 개념을 생각해보자;

이러한 특성상 현대의 창작물에 신화에서 비롯된 모티프가 사용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나 현실을 비판하려는 의도를 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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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프로젝트 세계관은 인간이 아닌 존재들을 다수 등장시키는데 선인, 령, 신, 혼, 반인 등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무에서 태어난 것이 아닌 종교, 민속이나 설화적 기반이 있는 장치들이다

바깥세계와 격리되어 근현대의 역사에서 낙후된 환상향이 있다, 그리고 환상향의 존재들은 기본적으로 작내의 신화적 세계관에 의지해서 삶을 살아가며 이러한 삶의 양식은 통일된 형태로서 닫혀있다

환상향 안에서 일차적으로 비인간적 존재들은 결국 마을의 인간들을 위해 규범적 자연 그 자체로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비를 내리고 재해를 일으키며 낮과 밤을 순환시키는 모든것은 인외의 일이며 마을의 인간들은 강력한 존재들의 권위에 의존하기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통일성있는 작내의 현실에서 혼란과 문제는 인간이 해결할 필요도 없고 이변해결과 같은 방식으로 인외의 선에서 해결할 수 있으니 신화 그 이상의 철학은 존재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동방프로젝트는, 또 여러 창작물은 나름의 방식으로 규범화된 자연의 비유를 그려내는 것만으로 그 목적을 달성하지 않으며 여기서는 인간과 초월적 존재들의 입장을 역치시키거나 한쪽을 다른쪽으로 변신시키는 등 다양한 모티프가 활용될 수 있다

무녀 콤비를 보자, 사나에 같은 경우 아예 바깥세계의 인간이었다가 환상향에 와서는 인외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되는데 -여기에는 모리야의 혈통이라는 세부 장치가 있긴 하지만- 이것은 인간계에서 천상계로 향하는 일종의 변신이며 작중 사나에의 태도를 보면 바깥과 환상향 내지 인간과 인외를 가르는 울타리에 대한 준야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이곳 환상향에서는 상식에 얽매이면 안되는 거군요!"
/ 레이무의 경우 환상향에서 대를 이어온 특별한 인간이자 신의 대리자 무녀로서 인외의 힘을 다루니 그 존재의 형식은 단순히 인외와 인간의 이분법과는 거리가 멀고 작중에서 그 본인과 주변인이 보이는 인간적 갈등의 묘사는 여러회차 관련 주제를 부각시킨다

그외에 천인이 되었지만 천방지축 날뛰는 텐시나, 생사의 경계를 한번 건넌 후로 명계의 관리자가 된 유유코, 미물에서 어찌어찌 신의 힘을 취득하게된 지옥까마귀 우츠호 등 스스로가 생동하여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여러 인물들의 존재는 단순히 차용된 신화적 통일성을 넘어 작내 세계의 위상들을 교차시킨다

인간다운 인외도 있고, 인외같은 인간도 있고, 더 인간같거나 더 무결한 인외의 격이 존재하는 등 다채로운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통일적인 현실 위에서 그들은 운동하고 있다, 이러한 모순의 인지에서 시작하여 비로소 우리가 그리고자 하는 세계의 통일성을 시험해보며 다양한 삶의 교훈을 이끌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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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떡밥 중에 하나였던,
'능력을 왜 설정하고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물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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