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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토요사토미미노 미코-

루뇨 리버 2023. 11. 17. 17:12

올해는 동방신령묘가 나온지 10년이 되는 해다. 또한 올해 동방신령묘 6면보스인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인기투표 24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미코가 어떠한 캐릭터인지 잘 모르는 듯하다. 미코는 환상향에서 부활한지 얼마 안됐지만 확실히 인간의 편에 선 첫 유력 세력을 이끈다는 점에서 환상향에서 특별한 포지션에 서 있다. 또 그 개인은 모순적으로 보일만큼 다양한 면모를 지니고 있는 여러모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캐릭터다. 그렇기에 이번에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란 어떤 캐릭터인지 항목별로 차근차근 분석해보고자 한다.

 
 

1. 위정자

 

<마굿간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재능을 인정받은 천재였다.>-동방신령묘 캐릭터 소개 중-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태어났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인물이었다. 작중 묘사되기를 그녀는 인간을 '초월할 만해서' 초월한 인물이다. 그녀는 그 뛰어난 두뇌로 곧 인간이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깨달았다.

 


<대지는 신들의 시대부터 변하지 않았고, 바다는 물을 가득 채우고 있다. 어째서 인간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차차 미코는 인간은 죽어간다는 운명에 대해 불만을 갖기 시작했다. 때마침 미코 앞에 나타난 자가 있었으니

 


대륙에서 건너온 사선(邪仙) 곽청아(카쿠 세이가)였다. 그녀는 강한 사람에게 매료되는 기질이 있었기에 미코를 보고는 그야말로 자신이 찾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도교를 권한다. 도교는 자연숭배이기에 끝없는 자연과 같이 불로불사를 이룰 수 있다고 하자 미코는 내심 기뻐했지만 그걸 드러내놓지는 않았다. 도교에는 한가지 문제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아는 자신의 소원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나라의 정치따위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여겼지만 미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도교의 교리는 위정자로서 채택할 만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 대목에서 청아와 미코의 차이가 드러난다. 청아는 선인을 동경해왔고 자기를 위해 가정도 인륜도 거침없이 버렸다. 그에 비해 미코는 위정자로서의 시각을 견지했다. 그에게 신민을 다스리는 것은 단지 수단일뿐 아니라 목적이기도 한 것이다. 이런 의견 차이는 둘의 입장뿐만 아니라 인간에 대한 견해의 차이에서 나온 것이다.

 


<청아는 그럼 이렇게 하자고 했다. 겉으로는 불교를 신앙하자고 얘기했다.

불교는 살생을 금하고, 규율이 엄격한 종교라고 전하자 미코는 그것이라면 나라가 안정되겠다고 납득했다.

미코는 불교를 널리 퍼뜨렸다. 그것은 권력자 이외에는 힘을 갖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 뒤에서는 도교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누구나 아는 전설을 남겼다. 그리고 최종목적이었던 불로불사의 연구도 놓지 않았다. 단사 등 다양한 희귀광물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것이 그의 몸을 침식했다. 본래대로라면 불로장수를 가져왔을 터인 도술이 몸을 망쳐버린 것이다.>

 

진시황을 비룻한 수많은 불로불사를 꿈꾸며 신선술을 수행한 군주와 마찬가지로 미코도 영생을 꿈꾸며 시작한 도술의 연마가 도리어 몸을 해치게 되었다. 그렇지만 도교에서 구한 게 없던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백성을 안정시킬 수 있는 불교를 숭상하면서 이 나라를 다스리고 스스로 죽음의 저주를 걸어 시해선으로 부활하자>

 

미코는 이 몸으로 불로불사를 이룰 수 없다고 보고 죽었다 다시 부활하는 시해선의 술법을 시행하고자 한다.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은 떨칠 수 없었다.

 
 
그녀는 두려움에 자신의 부하 모노노베노 후토에게 먼저 시해선의 술법을 거행하라 한다. 그 후에서야 안심하고 자신 또한 몽전대사묘에 들어가 시해선의 술법으로 잠든다. 

 

<미코의 계획대로라면 나라 전체가 불교에 한계를 느끼고는 성인을 원할 때에 부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이루어지지 않고, 불교는 천년 이상이나 이 나라를 지배한다.>

 

<불교의 힘있는 승려들이 미코의 사당을 계속 봉인하였기 때문에 부활할 수가 없었다. 미코의 계획이 누설된 것이었다.>

 

그렇게 1400년이 넘게 잠들어있던 미코는 바깥세계에서 쇼토쿠 태자 허구설이 퍼지며 환상으로 여겨져 환상들이하게 된다.

 

<미코의 전설이 모두 거짓이라고 여겨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지금 현재로서는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인간이 없기에 그의 위업이 모두 허구라고 여겨져도 이상할 게 없다.>

 

그리고 이후에도 부활의 때를 기다리며 계속 잠들어 있었다. 그러던 중 몽전대사묘 위에 명련사가 자리잡게 된다.

 

명련사의 주지승 히지리 뱌쿠렌은 명련사 터 아래에 뭔가 엄청난 것이 묻혀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를 봉인하고자 했다. 그러자 불교도에게 또 다시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 미코가 부활하려 했고 그에 맞춰 소신령들이 나타났던 것이 동방신령묘의 이변이며 그 후 미코는 완벽히 부활한다. 여기까지가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대략적인 배경설정이다.

 


미코는 아스카 시대의 대표적인 위정자로 생전 많은 업적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관위 12계와 17개조 헌법이 있으며 이는 그녀의 스펠카드에도 반영되었다.

 

[십이계의 관위]

 

 

 

 

[거스름이 없음을 으뜸으로 여기라]

 

 

 

 

동방 세계관에서는 특히 미코가 정미의 난을 진압한 일을 거론한다. 정미의 난은 폐불파 모노노베와 숭불파 소가 가문의 종교전쟁이 모노노베 가문의 멸문으로 끝난 역사적 사건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이는 쇼토쿠 태자의 업적 중 한가지이다. 하지만 동방 세계관에서는 그 내막이 따로 있다.

 


<실제로는 모노노베라고 하는 '옛 일본의 신의 후예'들과 도교를 사용하여 새로운 '신이 되고자 한 미코'의 전쟁이었다.>

 

미코는 불교를 명분으로 일본의 옛 신들, 신토를 숭상하던 모노노베 가문을 숙청했다. 실제 역사에서는 호족을 진압하고 중앙집권화를 이루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동방에서는 그것이 후토라는 스파이와 소가 가문을 이용한 차도살인으로 옛 신들을 몰아내고 자신이 새로이 도교의 힘으로 신의 지위에 오르겠다는 미코의 음모였다. 그 음모는 보기 좋게 성공했다. 남은 것은 훗날 백성이 성인을 필요로 할 때 새로운 신으로서 부활해 자신이 위정자로 그들을 이끄는 것이었다. 하지만 거기서 패착이 있었다. 불교는 미코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신앙을 모으고 있던 것이다. 그로 인해 빼어난 권모술수를 보였건만 끝마무리가 아쉽게 되었다.

 


쇼토쿠 태자는 와(和)의 창시자로 불린다. 그것은 곧 야마토(大和)정신의 원류가 되는 것이며 일본(日本)적인 것의 본류로 여겨지는 것이다. 동방에서는 쇼토쿠 태자가 주창한 와(和)를 미코라는 캐릭터로 완성한다. 와(和)가 무엇인지는 17조헌법에서 알아볼 수 있다. 아래 링크에 자세한 내용이 정리되어 있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hou&no=8378004

 


17조헌법은 역사 속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전제군주제와 신분질서를 바탕으로 한 사회질서를 표방하고 있다. 거기에 대해 불교를 퍼뜨려 종교적 규율과 도덕으로 백성을 교화하고자 하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여기서 17조헌법만의 특색이 더해진다. 형식적인 예절을 사회적으로 준수해 외면적으로 불만을 표출하지 않게끔 하는 것이다. 일본의 메이와쿠, 다테마에와 혼네의 기원이 돠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째서 그런 내용을 담았을까? 아마도 그것은 내부의 불화가 전체 사회의 역량을 저하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즉, 동아시아적 집단주의라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는 역사적 소재다.


 


여기에 동방은 쇼토쿠 태자, 동방에서는 토요사토미미노 미코의 캐릭터성을 더한다. 미코는 어떠한 캐릭터인가? 그녀는 생전의 행적에서 보듯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다. 말하자면 마키아밸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거기에 그녀는 유능하다. 그녀가 유능하다는 것에 의심할 여지는 없다. 너무나 유능해서 성인으로 추앙받을 정도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공화주의는 국가는 공공의 것이라고 규정한다. 그렇기에 권력을 사유화 하지 못하게 법과 규율로 제한한다. 이에 대비되는 사상이 있다. 소수의 적임자들이 위정자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나머지는 그에 절대복종하며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낸다고 믿는 사상이다. 그 사상은 엘리트주의라고 한다. 미코는 여기에 들어맞는다. 그녀의 행적과 보이는 모습을 종합해 보았을 때 그녀가 이상으로 그리고 있는 국가의 모습은 성인이 다스리는 철인정치가 실현된 이상국가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그녀가 말해오고 또한 추구하고 있는 조화일 것이다.

 

불로불사를 탐한 것도 이와 관련 있을 수 있다. 물론 자기가 죽는 게 싫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성군이 영원히 군림하는 것이 신민에게도 진정 최선이라고 생각한 것일 수도 있다. 자기합리화이지만 스스로 그것이 옳다고 믿고 있다는 것도 타당하게 보인다.

 


개인주의,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유주의, 평등주의에 익숙한 현대인이 보기에 불합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몇가지 유념할 사항이 있다. 먼저 미코는 1400년 전 사람이다. 그냥 전근대도 아니고 고대 국가의 형성기에 살았던 사람이다. 그녀가 태어났을 때는 당장 왕권은 고사하고 귀족과 호족이 서로 옥신각신하며 다퉈도 함부로 못 개입하고 제대로 된 행정체계도 국가 통치 이념도 나오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렇기에 자유와 평등 같은 소리는 미코에게는 배부른 소리로 여겨져도 이상할 게 없다. 한국사에서도 고대 국가의 발전기에 왕권 강화와 중앙집권화는 필수적으로 거치는 과정이다. 그걸두고 비민주적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한 미코는 섭정으로 갖은 정치적 업적을 남겼다. 새로운 행정체계도 국가 통치 이념도 만들어냈고 건축사업도 벌이고 반란도 진압하고 신비로운 전설도 이것저것 남겼다. 뛰어난 개인이 다수를 이끄는 게 낫다는 걸 스스로 증명해보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무리도 아니다. 비유하자면 타노스가 반갈죽 안해서 망한 고향을 근거로 우주를 반갈죽하려는 사상을 가지게 된 것과 비슷하다. 미코에게는 자신의 와(和)가 정답인 것이다.

 


그렇지만 동방에서는 그녀를 마냥 긍정적으로 묘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다는 데 가까울 것이다. 일단 그녀가 유능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도교에서도 불교에서도 그녀는 예기치 못한 실패를 경험해야 했고 결국 1400년 동안 봉인당해야 했다.

 

또 그녀의 통치 방식은 인간의 욕망을 억누르는 방식이다. 미코 정도 되는 인물이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그저 이상적인 조화를 위해서는 자신이 옳다고 믿기에 알고도 무시하는 거다. 그리고 그에 대한 불만들은 자신의 정치적 역량으로 흘려보내고 잠재우는 것이다. 미코가 부활 후 사람의 욕망을 읽는 능력을 가진 것이 순전히 우연일까.

 

그리모어 오브 우사미에서 키진 세이자는 미코를 이렇게 평한다:

 


"이녀석은 싫어. 정석적이고 독선적, 자신한텐 관대하며 다른 사람들의 부정은 용납 못 하는 녀석이라고."

 

그리고 위에서 연계되는 문제점으로 더 큰 선을 위해 일부 개인의 피해를 무시한다는 점이 있다. 당장 모노노베를 숙청한 일이나 후토를 먼저 시해선의 술법으로 죽어보게 한 일은 이런 문제점이 두드러지는 케이스다. 꿈의 세계의 미코(본심이 더 발현된 미코)가 요리가미 자매를 대하는 자세에서도 이런 면이 엿보인다.

 

 


"빈곤하면 우둔해지지. 너희의 존재는 그 자체로 해악이다."

"너희들처럼 마음 밑바닥까지 빈곤한 녀석들을 감싸주는 조화로움은 이 세상에 없어."

"여기서 이 세상의 악을 멸하지 못한게 유감이구나. 그게 분하다."

"싫어하는게 아니야. 이 세상에서 없애야만 한다는 사명에 쫓기고 있는 거다. 그것이 환상향의 조화니까."

 

환상향의 조화를 위해서 이를 해치는 악은 가차 없이 제거하려는 태도는 야쿠모 유카리로 대표되는 환상향의 방침과 대조된다.

 


"환상향은 모든 것을 받아들여. 그건 무척이나 잔혹한 이야기예요."

 

그렇다면 환상향에서 미코와 신령묘의 현황은 어떨까. 자주 얼굴을 내비치지만 본거지는 선계에 숨기고 주도적으로 어떠한 움직임을 이끌지는 않는다. 꿈 속에서는 마음대로 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분하다. 현실의 나라면 너희들을 써먹으려고 하겠지."

 

꿈세계 미코와 현실의 미코는 차이가 있다. 현실에서 미코는 훨씬 신중하게 행동한다. 꿈세계 레이센은 그를 이렇게 평했다:

 


"그 위에서 깔보는듯한 시선이 싫은데 말야. 으스대는것 치곤 아무런 활약도 하고있지 않고."

 

최상의 조화라는 것은 이상적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그걸 미코도 알기에 현실과 타협하는 것이다. 꿈세계 미코는 이를 못마땅해하는 그녀의 본심이 드러난 것이고.

 


지금 미코는 환상향의 한 주민일 뿐이다. 이런 애매한 처지는 결국 그녀가 말하는 조화가 그리 형편 좋은 것도 못된다고 내비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는 엘리트주의의 이상과 한계를 모두 보여주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touhou&no=8381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