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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 어레인지에 대한 고찰 - 알고 들으면 재미있는 동인음악 이야기

루뇨 리버 2023. 11. 15. 16:24

 

희대의 적폐ip 동방 프로젝트

기업단위로 만드는 ip도 아니고 그냥 개인이 반쯤 취미로 만들던 게임이 어느덧 신작 20주년, 구작까지 합치면 25주년을 맞이했다

그 오랜세월동안 정말 많은 2차창작이 나왔는데 어레인지도 예외는 없다
 
오늘의 주제는 바로
 
 
 
동인음악
 
그 자체다
 
동방 원곡부터 시작해서 각종 어레인지까지 우리가 듣던 모든게 동인음악이지만 정작 동인음악이 뭔지는 잘 모르지 않는가
 
 
오늘은 그 역사를 한번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한다
 
 
태동기
 
 
동인음악의 역사를 알아보려면 먼저 꼭 집고 넘어가야할 사람이 한명 있다

 

 

코시로 유조(1967)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사람을 베어 너클, 이스 시리즈 등에 참여한 게임음악 작곡가로 알고있을거라 생각함

 

실제로 게임사에 남긴 명곡도 많고 업적도 많지만 이 사람이 동인음악계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님

 

 

현재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된 코미케 동인 앨범 발매 및 서클 참여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임

 

이는 89년도 즈음부터 게임에 사용되지 못한 더미데이터 등을 회사 몰래 코미케에 들고 나갔는데 당시에는 단순히 미사용된 곡들을 개인 앨범 형태로 내는 정도라고 알려져있음

 

호소에 신지 aka. Sampling Masters MEGA(1967)

 

그러다 92년에 최초의 동인 서클 Troubadour Records가 동료 음악가였던 호소에 신지를 주축으로 결성되고 현재 확인 가능한 최초의 동인 앨범이 탄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현재 확인 가능한 가장 오래된 동인앨범인 Be filled with feeling이다

 

초기 동인음악은 단순 아마추어들의 작업물 보다는 현업종사자들의 일탈에서 시작된 무언가였음

 

이랬던 동인음악 생태계에 영향을 준 큰 사건이 이후 두개가 터지게 되는데 다음과 같음

 

 

 

당시 에로게의 부흥기

시모카와 나오야(1974)

 

동인음악의 태동기 이후 94년 최초의 아마추어 출신이었던 시모카와 나오야가 동인 음악 활동을 시작하게됨

 

당시 서클명은 Unison Label로 알려져있는데

 

 

 

 

 

 

현재 확인가능한 최초의 작업물은 이것

 

물론 여기서 끝났으면 이 문단의 주제가 에로게가 아니었을 것이다

 

당시 동인음악은 게임과 더불어 코미케에서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는데 이에 자극을 받았던 나오야가 알고지내던 게임쪽 서클 멤버들과 게임을 하나 만들게되는데

 

이 멤버들이 모여서 만든 게임이 Leaf사의 초창기 명작 키즈아토 되시겠다

 

이런 게임의 제작 배경 덕에 당시 친분이 있던 서클들 끼리 알음알음 Leaf사의 BGM들을 어레인지하는 풍조가 조금씩 있었는데

 

여기서 마침 Key사에서 초기 3작을 연타석 홈런을 쳐내면서 코미케에 에로게 어레인지 붐이 일게된다

 

 

 

 

 

 

현재는 동방 어레인지로 익숙한 alstroemeria records지만 서클 최초의 앨범이 앨리스 소프트, Key사의 어레인지 앨범이었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있던탓임

 

굳이 알스메가 아니어도 COOL&CREATE 등 당시 탄생했던 동인 서클들의 뿌리가 다 이쪽이었음

 

이렇듯 동방 이전의 동인 음악 시장은 에로게가 충실이 닦아놓고 있었는데 다른쪽에선 또다른 시장 하나가 탄생하게 됨

 

 

비트매니아의 대흥행과 BMS의 탄생

 

마침 당시 에로게 말고도 시대를 관통했던 또 하나의 게임이 있었음

 

비트매니아(1997)

 

당시 단순히 파라파 더 래퍼를 위시한 액션 따라가기가 아닌 음악 그자체를 연주한다는 개념을 선보였던 비트매니아의 발매와 함께 동인음악계에 또다른 한획을 긋는 사건이 발생함

 

그것이 바로 당시 비트매니아 그 자체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나왔던 소프트웨어 Be-Music Script(이하 BMS), 그중에서도 제일 초기의 형태인 BM98이 출시됨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을 전제로 나왔던 프로그램이라 게임 자체엔 아무 곡도 없고 유저들이 직접 만든 데이터들을 불러와 실행하는 방식이었던 BM98은 당시 비트매니아의 제작사였던 코나미의 제제를 피하기 위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는데

 

 

 

 

 

 

그것이 우리가 알고있는 또다른 동인시장 BMS의 시작이다

 

코나미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유저들이 자발적으로 컨텐츠를 제작해서 즐기던게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잡게 된 것

 

 

 

 

 

비트마리오가 딱 이시기에 자작곡을 만들면서 작곡활동을 시작한 케이스다

 

이는 어느 음악의 코멘트에서도 확인 가능한 내용

 

 

이렇게 동인 음악은 게임이라는 하나의 뿌리를 가지고 에로게, 리듬게임이라는 두가지 뿌리로 뻗어나가게 되는데 02년 두개의 또다른 사건이 터지게 되는됨

 

 


 
일본에서 mmorpg가 대히트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안되는 개소리가 따로 없겠지만 놀랍게도 동방 이전에 먼저 동인계를 강타한 시리즈가 있다
 

파이널 판타지 11(2002)

 

라그나로크 온라인(2002년)

 

바로 이 두 게임이다

 

지금에야 파판11은 파판14 발매이후 시리즈 내 mmorpg의 간판자리를 넘겨줬고 라그나로크는 개쳐망해서 하는 사람들이나 하는 게임으로 전락했지만 발매 당시 이 게임들은 일본에서 그야말로 사회현상을 일으킨 작품들이다

 

 

 

 

 

라그나로크 배틀 오프라인(2004년)

 

2003년 쯤부터 한 시대를 풍미했던 파판11의 대표네타 부론트씨

 

당시 이 두 게임은 유래없는 동인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수많은 네타들을 양산했었는데

 

당시 유정천으로 한배를 탔던 전설의 조합

 

특히 파판11의 경우엔 발매시기도 비슷해서 초기 동방팬덤과 교집합되는 부분도 많고 음양철 등의 초기 팬덤 네타에 적지않은 영향도 줬을 정도

 

 

아무튼 동인판의 흐름이 이런 mmorpg쪽으로 넘어가니 자연스럽게 동인음악도 이 시류에 따라가게 되는데

 

 

 

 

 

sanctuary: RAGNAROK ONLINE SYMPHONIC METAL ARRANGE CD(2002년)

 

 

당연히 어레인지 판도 이쪽으로 넘어왔다

 

판 자체도 기존 에로게의 한계로 인해 사던 사람들만 사던 동인 음악의 주 타겟이 전연령으로 넘어가면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매상도 늘었다고 알려져있음

 

그리고 드디어 우리가 잘 알고있는 그 시대가 열린다

 

 

동방 프로젝트의 등장과 동음판의 폭발적인 성장

 

 

동방홍마향(2002년)

 

그렇게 승승장구할거같았던 두 mmorpg는 동방 프로젝트의 본격적인 시동과 함께 사실상 3강 체제를 구축하게됨

 

여기에 동방쪽에서 2차창작 가이드라인이 사실상 프리선언이나 다름없었으니 언제든 부틀렉 이슈를 안고다닐수밖에 없었던 동인음악 서클들은 이때다 하고 타겟을 동방으로 바꾸게 되었고

 

 

 

 

 

Dance in the Scarlet Night(2003년)

 

그렇게 동인음악에 유래없을 시기가 찾아오게 된다

 

기존 에로게, 라그나로크 어레인지 등에서 따라오던 부틀렉 이슈도 사실상 없어지고 동방 프로젝트 자체의 폭발적인 성장에 힘입어서 지금으로썬 상상도 못할 분량의 동인음악이 나오던 때도 이 시기임

 

 

또다른 무대의 등장

 

시장이 엄청나게 커지다 보니 어느정도 음악과 연이 있던 아마추어뿐만 아니라 당시 음악과는 연이 없던 사람들도 하나둘씩 작곡에 손대보는 경우도 이때 쯤에 크게 늘었음

 

t+pazolite(2004년부터 활동 시작)

 

이 시기의 대표주자로 제일 유명한 사람이 아마 이분이 아닐까 싶음

 

당장 막 활동을 시작했을 당시엔 그냥저냥 리듬게임에 영향을 받아 자작곡, 동방 어레인지 등을 간간히 쓰던 일개 학생 신분이었고 실제로 원래 본업도 음악관련이 아닌 프로그래머 쪽이었음

 

아무튼 이런 추세에 힘입어 동인음악판은 점차 코미케뿐만이 아닌 다른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는데

 

 

초기 동음판에서 잘나가던 이벤트중 하나였던 LINEAR(2004년 첫 개최)

 

똥퍼라면 그래도 이름정도는 들어봤을 라이브 이벤트 플라워링 나이트(2006년 첫 개최)

 

 

이 시기를 기점으로 동음판은 즉매회 뿐만이 아닌 클럽/라이브 하우스를 통한 이벤트등의 활로가 개척되기 시작함

 

셋켄야, 하드코어 타노시 등 어느정도 라이브를 노리는 동인 서클들이 이 시기에 생기는 것도 이런 배경이 깔려있기 때문임

 

 

여기까지가 00년대 초반을 주름잡은 이야기다

 

이후 동인판의 흐름을 뒤바꾸는 사건이 00년대 중후반에 터지게 되는데 이시기부터 현재까지의 이야기는 아마 3편에서 다룰거같음

 


 

 
 
니코동의 등장, 보컬로이드의 탄생과 창작계 서클의 규모 확산
 
 

니코니코동화(2006년 첫 서비스 시작)

 

현재의 동인음악은 니코동이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이 시기의 니코동은 단순 씹덕판 이전에 동인판에 여러가지 업적을 남겼음

 

 

 

 

Bad Apple!! feat. nomico(2007년 첫 공개, pv는 2009년에 니코동을 통해 첫 공개)

 

현재도 동인계에서는 전설로 남아있는 배드애플도 이 시기에 니코동으로 크게 유명해진 케이스중 하나다

 

하지만 니코동의 의의는 이런 단순 2~n차 창작물들이 아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창작계 동인음악이 크게 성장했기 때문임

 

 

보컬로이드(2004년 첫 공개)

위 사진은 VOCALOID 4 에디터

 

당시 어레인지, 논보컬 창작 위주로 돌아가던 동인음악의 흐름을 한번에 뒤집어버린 프로그램이기도 한데 처음부터 잘나간건 아니었다

 

당장 버전1 시절 메이코, 카이토는 각각 3000장, 500장만 팔렸다는 전설아닌 전설도 가지고있었을 정도

 

이랬던 보컬로이드 엔진이 버전업과 함께 모에를 강조했던 하츠네 미쿠를 발매하면서 마침 한창 상승세를 달리고 있던 니코동과 시너지를 내게되는데

 

 

 

 

White letter(2007년 공개)

 

 

그렇게 우리가 아는 보컬로이드의 최전성기와 함께 니코동 최고의 부흥기가 찾아왔다

 

당시 코미케 동음시장이 점점 질적으로 크게 향상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유입이 오히려 저하되고 있었고 기존 창작계도 BMS판을 제외하면 크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음

 

하지만 니코동의 등장으로 누구나 자신의 음악을 보여줄 환경이 생겨났고 여기에 보컬로이드가 소중한 자원인 보컬의 대체제 역할겸 미쿠의 모에 강조가 서로 크게 시너지를 일으켰던것

 

그리고 이 시점을 기점으로 창작계도 먹힐수 있다는 확신이 생겨나면서 코미케 쪽에도 슬슬 어레인지 뿐만이 아닌 창작물의 수도 증가하기 시작함

 

 

 

 

オモイヨシノ(2010년 C79에서 공개)

 

이렇게 유래없던 창작계 동인음악의 부흥기가 찾아온 시기가 이때쯤

 

 

 

사운드 볼텍스의 히트, BMS 상업화의 시작

 

동음 이야기 1편에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BMS는 어디까지나 유저들이 서로 컨텐츠 자급자족을 하기 위한 일종의 암시장이었다

 

BMS로 공개됬던 곡은 상업용으로 수록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룰도 있었고 당시 BMS에서 상업루트로 넘어갔던 아티스트들도 이 시기의 흔적은 공적으로는 언급되지 않았을 정도임

 

사운드 볼텍스 부스(2012년 발매)

 

그랬던 BMS판이 이 게임이 발매되면서 크게 바뀌게 된다

 

당시 유저들이 공모한 컨텐츠 만으로 컨텐츠를 만들겠다는 그 포부도 대단했고 그 시절 리듬게임으로서는 상상도 못할 동방 어레인지, 보컬로이드 악곡 수록이라는 업적을 이룩한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화제였던 게임이었음

 

 

 

 

Absurd Gaff(2008년 첫 공개, 이후 상업 아케이드 리듬게임에 수록된 기념비적인 최초의 BMS곡이 됨)

 

이 곡의 수록과 사운드 볼텍스의 히트는 단순 리듬게임에 곡이 수록되고 게임 하나가 잘된게 아니라 현재의 동인음악을 만든 결정적인 사건중 하나임

 

이 사건으로 BMS는 단순 리듬놀이터가 아닌 아마추어가 메이저로 넘어가는 방법 중 하나로 급부상했고 사볼의 플로어 공모방식을 이용한 컨텐츠 공급으로 동인음악의 목소리가 크게 커졌다

 

동방 어레인지건 J코어건 보컬로이드건 즉매회를 안가던가 인터넷과 연이 없다면 들을 일이 없던 곡도 길가다 만난 오락실에서도 듣게 되는 환경이 조성된건 덤

 

이러한 환경에 힘입어 점점 동인음악이 양지로 올라오기 시작했고 여기에 스트리밍의 확산이 결정타를 치게되고 지금의 동인음악이 완성되게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 통신판매의 강세

 

기존의 동인음악은 아무리 리듬게임 등에 꾸준히 수록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아시아권에서나 좀 들어볼 수준이었음

 

 

스포티파이(2006년 설립)

 

하지만 스포티파이, 유튜브 뮤직등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점점 힘을 키우기 시작했고 저작권 대행등을 통해 국내외 권리 행사, 저작권료 정산등이 간편해지면서 동인음악도 여기에 영향을 받기 시작함

 

아예 앨범을 내지 않고도 곡을 팔아먹는 환경이 생기게 된 것

 

픽시브 부스

 

여기에 픽시브에서도 부스 사업을 시작하고 디버즈 다이렉트, 타노시 스토어 등 아예 전문적으로 동인음악을 유통하는 업체들도 생겨나면서 이젠 방구석에 앉아서 앨범 구매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여기까지가 현재의 이야기

 

 

 

마치며

 

단순 프로들의 일탈에서 시작했던 동인음악은 어레인지를 시작으로 점점 대중에게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니코동 붐과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현재는 단순 내수시장을 넘어 사실상 J인디씬을 책임지는 수준까지 도달했음

 

당장 현재 J팝을 주름잡는 아티스트들을 보면 보컬로이드, 동방 어레인지 관련 인력들은 이미 수두룩함

 

그리고 참 두서없게 쓴글인데 여기까지 읽어준 상붕이들에겐 정말 감사한다

 

당분간은 어레인지 추천글이나 간간히 올리면서 살거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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