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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hou Project 백업/설정 탐구

동방프로젝트의 시점의 문제에 대해

루뇨 리버 2024. 3. 13. 07:51

 

부제 - 마리사와 스미레코의 역할 비교를 중심적으로

 

1. 동방프로젝트의 스토리에 대해

 

 

 

동방프로젝트의 스토리는, 신주 본인이 언급한것처럼 '동방의 메인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실제로 2차 창작물에서 동방을 다룰 때에도 어느정도 원작에 변형이 가해져도 용인하는 분위기가 넓게 퍼져있다. 이는 초기 홍요영 시절에 인물간에 대화가 스토리 전개를 위한 것이었다기 보다 동방 특유의 신비로움, 요컨대 '환상소녀'다운 분위기를 띠게 하기 위한 것이었음이 첫번째 이유고, 둘째로는 1면에서 6면으로 이어지는 정해진 플롯이 정규작마다 반복되기 때문에 스토리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기 때문일것이다. 

 

하지만 벌써 7권째의 설정집과 6편의 만화, 두편의 소설을 쓴 신주가 스토리를 신경쓰지 않는다고 함은 허언에 가까운 말일것이며, 20년동안 한 게임제작사 개인이 한 세계관을 공유하는 게임 시리즈에 대해 방대한 양의 대사와 설정, 인물들을 쓴것은, 게임의 역사가 짧다고 해도 유래가 없는 일이며 이에 대해 탐구하는것이 의미가 없지만은 않을것이다.

 

동방홍마향는 흔히 구작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라고 많이 불린다. 이는 게임상에서도 피탄점의 부재와 과도한 랜덤탄으로 들어나는 점으로, 이는 스토리 진행을 위한 등장인물들의 이유없는 공격성과 산발한 네타발언으로 드러나는 점이다. 동방프로젝트 초기 스토리 전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앨범 '봉래인형'이전에 나온 작품이고, 결과적으로 홍요영중에서도 스토리의 비중이 극히 낮고, 이후 동방내에서도 '레이무가 홍마관에 쳐들어간적이 있었다.'정도로 언급되는 이유일것이다. 따라서 주인공 기체인 레이무와 마리사도 등장에 특별한 이유가 없을 것이나, '이야기를 쓸 때에는 마리사가 있으면 편'하다는 신주의 언급처럼 어림잡아 스무명이 넘는 캐릭터중 마리사만이 홍마향에 넘어오게 된건 우연만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홍마향에서는 스펠카드의 도입이라는 중요한 사건이 있었지만,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기도 한다.
동방요요몽과 동방영야초에서는 '봉래인형' 이후 본격적으로 신주가 생각하는 동방프로젝트의 세계관과, 키워드 '봉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사이교우지 유유코는 죽음과 가까운 '봉래'의 이미지에 맞는 최종보스로서 선택받았으며, 야쿠모 유카리는 '봉래인형'에 나오는 단절된 낙원에 필요한 '경계'에 필수적인 캐릭터로, 카구야와 에이린은 '금지된 낙원'으로써 달을 소개하기 위해, 그리고 후지와라노 모코우는 '봉래인형' 그 자체를 보여주기 위해 등장한 캐릭터로 보인다. 요요몽과 영야초에서 새로 등장한 사쿠야와 요우무, 그리고 요괴측의 유유코와 레밀리아,유카리는 동방맹월초의 중심 등장인물이 되는것으로 보아 이를 위한 등장이 아니였나 생각해본다.

동방풍신록은 '봉래인형'으로부터 시작한 서사를 동방화영총에서 어느정도 마무리짓고, 신주의 표현대로라면 '다시 시작'한 작품이다. 이 때부터 동방은 '봉래'에 관련된, 비밀스럽고 금지됐으며 덧없는, 키워드들을 무대 뒷편으로 잠시 옮겨두고 동방의 또 다른 주제인 '잊혀져버린 옛날의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는 동방의 2차창작의 폭이 조금더 넓어지는 결과를 낳았으며 '동방스러운' 이미지에 으래 들어가기 마련인 '아련한 분위기'가 본격적으로 자리잡게 된다. 신주 본인이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만든 작품이기에, 주인공 기체가 레이무와 마리사뿐인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동방지령전은 또한 '꺼려지기에 잊혀져버린 자들'에 대한 이야기로 서사를 확장시키는데, 많은 요괴들을 파트너로 등장시켜서 역으로 꺼려지는 자들에게 도전하는 그림을 만들고 싶었다는 신주의 인터뷰가 있었다. 동방성련선 또한 지령전의 연장선으로, 풍-지-성-신으로 이어지는 신앙의 이야기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면서 묘렌에 대한 성련선 고유의 스토리를 잘 풀어나간 작품이다. 사나에가 새로운 주인공으로 참전하는데, 묘렌사 일행과 특별한 연관이나 공통점이 있어서라기보다 새로운 주인공으로 낙점해둔 사나에를 출현시키고 싶었던 현실적인 이유가 등장의 이유라고 보인다. 

 

동방신령묘는 풍신록과 같이 전환기의 작품이라고 신주가 언급했으나, 이는 여태것 이어왔던 3부작에서 탈피하는 의미로 봐야하며 쇼토쿠 태자라는 유명인을 동방답지않게 최종보스로 낙점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큰 의미에서 풍신록의 연장선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요우무와 사나에가 신령묘의 자기로 뽑힌 이유에 대해선 특기할만 하다. 신령이 나오기에 명계의 영혼쪽 이야기를 이끌기 위한 요우무와, 바깥세계에서 남자였던 쇼토쿠태자를 토요사토미미노 미코로 자연스럽게 인식시키기 위한 바깥세계 출신의 사나에는 신령묘 부근부터 신주의 새로운 이야기법을 암시한다. 등장캐릭터에게 역할을 부여해, 특정 이야기를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것이다. 즉 등장 캐릭터에 등장 이유가 생긴것이다.

 

이 흐름은 이후 후속작들에게도 이어진다. 휘침성의 사쿠야는 핍박받은 피지배층의 요괴들과 지배층에 속하는 요괴쪽의 인간을 대비하기 위해 등장했고, 감주전의 레이센은 두말할 것 없이 달의 도시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달에 많은 정보를 가진 자기를 배치한 것이고, 사나에는 달의 도시의 신민들과 지상의 신들의 관계를 대비하기 위해 자기로 선정됐다. 천공장에서 아야는 텐구와 오키나와의 관계를, 치르노는 오키나와 요정들 간에 관계, 더 나아가 토코요노카미일지도 모르는 이터니티 라바와 오키나와의 관계를 위해서 등장했다.

요약하자면, 초반기의 동방프로젝트 작품에서 주연 캐릭터의 등장에는 작품 외적인 요소가 많이 관여됐으나, 후반기에 이르러서 신주 본인이 이야기하고싶은 작 중 주제를 부각시키기 위한 주연 캐릭터들을 등장시키는 일이 잦아졌다고 말할 수 있다.

 

2.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에 대해서

 

이렇듯 동방프로젝트 초반기와 후반기에 있어서 정규작에 등장시킬 캐릭터의 선택이 조금 더 섬세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이전 작품에서도 신주가 가진 생각을 필자가 발견하지 못한것일 수 있고, 발견한 이유에서도 설득력을 얻지 못해 독자를 납득시키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을 이야기의 부분에서 더욱 많은 분량을 가지는 서적에서 비교해보고자 한다. 

 

초기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삼월정과 향림당을 먼저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옴니버스식 전개방식을 따르고 있으며, 주인공인 삼월정들과 린노스케는 그 인물의 등장이 사건 전개에 있어서 필연적이며 중심인물이기에 주역으로 뽑혔다기보다는, 당시 확장이 필요했던 동방 세계관내에 정보를 신주의 입을 대신해 글로써 들려주고, 만화로써 보여주기 위함이었음이 들어난다. 후에 필연적으로 사건에 휘말릴 수 밖에 없는 후기 작품의 주인공캐릭터들과는 달리, 이는 신주가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시작한 연재물이 아니기 때문일것이며, 이들이 맡은 배역은 주연임에도 불구하고 사건에 직접적으로 참가하기보다 사건에 대해 관찰하고, 고찰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맡고있다. 동방맹월초에 경우 앞에서 다룬 두 작품과는 다르게 명확한 스토리라인을 따라가는 작품이나, 작 중 등장인물의 시점이 명확하지 않고, 따라서 인물들의 심리와 고찰이 독자에게 와닿지 않으며 전체적으로 혼란스러운 전개양상을 띠고있다. 이는 장편 형식의 스토리를 이전에 다루지 못한 신주의 미숙한면이 들어났다고 볼 수있는 부분이며, 환상향측의 굴욕적인 패배에서 온 충격을 제하더라도 작품 자체를 고평가할 수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야기를 본론으로 돌려서, 위의 초기작품에서는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대신 관찰하고 고찰하는 역할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독자의 손을 잡고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이 부재함을 의미하기도 한다. 레이무는 신주 본인의 말대로 미스테리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이 역할에 맞지 않기에, 위의 작품들에서 사건 중심에서 독자의 손을 잡아 사건을 보여주는 캐릭터로 낙점된 것이 마리사라고 할 수 있다. 때로는 호기심에 돌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얼굴을 들이밀기도 하고, 때로는 도벽등의 이유로 스스로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며, 지나가던 중에서도 말을 걸어 구지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정리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췌몽상에서 스이카가 마리사를 '사회자 역할을 맡겼다'고 한것처럼 그녀는 초기 서적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며, 이는 엉성했던 초기 서적들의 짜임을 매끄럽게 해주는 윤활류역할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단순히 여기서 그치지 않고, 몇몇 작품은 마리사의 시점에서 전개되기까지 한다. 더 그리모어 오브 마리사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는 당시 여타 동방캐릭터에 비하면 파격적인 대우라고 볼 수 있는데, 같은 플레이어 기체들인 레이무, 사쿠야, 요우무의 경우에도 자신의 시점에서 표현된 서적물이 없었으며, 그런 서적물을 가진 린노스케와 아큐는 본편에 등장하지 못하는 외전의 인물이기에 더욱 돋보이는 점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의 소설에서 서술자가 가지는 위치를 생각해볼때, 마리사는 초기 작품에 한해서는 레이무보다도 더 주인공에 가까운 위치였다고 말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후기의 작품인 동방구문구수에서도 마리사는 사회자의 역할로 등장하는데, 신령묘까지 나온 시점에서도 여러 개성의 캐릭터를 묶을 만한 캐릭터는 마리사밖에 없었을것이다. 이처럼 초기 동방프로젝트에서 동방프로젝트 자체를 대표하는것이 레이무라고 한다면, 동방프로젝트의 이야기를 대표하는 캐릭터가 바로 마리사라고 말할것이다.

 

동방자가선부터 신주의 집필능력이 완숙해진것인지, 어느정도 시점의 문제가 정리되기 시작한다. 동방자가선은 서적에서 전기와 후기 작품의 경계선에 있는 작품으로, 초기에 신주가 말한, 도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처음의 취지는 아마도 지켜지지 않았지만, 선인 카센의 시점에서 보는 레이무의 모습이라는 통일된 주제로, 때로는 옴니버스식 진행을 취하고 때로는 단편 스토리도 진행하며 일관성있는 작품으로 완결지었다. 이후 작품들에서 동방영나암에 경우 평범한 마을사람의 시선에서 본 환상향의 모습을 훌륭하게 그려냈으며, 현재 지령기전에서 지저에서부터 시작된 사건에 중심에 서있는 주인공 사토리와 취접화에서 인간과 요괴의 애매한 경계선에서 살아가는 요괴 미요이를 주인공으로 그려낸 것으로 보아 신주가 다루려는 사건에 적절한 주인공을 배치하는 화법은 자가선 이후로 완성됐다고 말할 수 있다.

 

3. 마리사의 시선, 스미레코의 시선

 

어째서 초기 동방프로젝트가 마리사의 시선에서 그려졌는지 이유를 묻는다면, 마리사가 가지는 여러가지 속성을 이유로 들 것이다. 레이무와 어깨를 나란히하는 이변해결자인 동시에, 요괴를 두려워하는 인간 소녀이고, 환상향에 아름다움에 언제나 눈독을 들이는 도둑이며, 다른 인요들의 부탁을 그냥 넘어가지 않는 호인이기도 한 그녀는 환상향 주민으로서 환상향을 소개하기에 최적의 인물이었던것이다. 따라서 세계관의 경계가 얼추 마무리되는 신령묘까지 환상향은 마리사의 시점에서 그려졌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으며, 따라서 그 시대 사람들이 기억하는 마리사는 괄괄한 말량광이였음이 이상하지 않을것이다. 

 

신령묘 이후 신주의 스토리 구성능력이 완숙해지고, 다채로운 여러 인물들이 세계관내 자리잡고 나서 이런 마리사의 역할은 어느정도 축소되게 된다. 삼월정과 맹월초에서는 단순히 호기심 만으로 벌어진 사건에 관여하는 마리사였지만, 그런 클리셰의 반복은 으레 작품의 질을 떨어뜨리기 마련이고, 자가선과 영나암에서는 그런 전개가 어색할 무거운 사건들도 일어나기에, 개연성에 맞는 화자가 배치되기 시작했음을 위에서 보았다. 또한 레이무도 더 이상 미스테리하고 속을 알 수없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여러 인간다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여러 인물들이 이전과 달리 주인공의 시점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여전히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가지지만, 마리사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이전보다 축소된다. 

 

동방프로젝트는 판타지이며, 판타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선 현실과 다른 세상을 관찰할 등장인물이 필요한데, 이전까진 마리사가 환샹향을 환상향 주민으로서 지켜보았으나 마리사의 역할 축소와 충분히 넓어진 세계관에 신주는 스미레코라는 새로운 서술자를 등장시킨다. 이는 마리사와 반대되게 바깥세계 주민의 시선으로 환상향을 관찰하는 서술자의 등장으로, 동시에 설정으로만 등장하던 바깥세계가 심비록에서 화려하게 등장한다. 이는 환상향의 대결계 안과 밖의 존재를 환기시킴과 동시에, 비대하게 확장한 환상향을 새로운 시선으로 복기할 기회를 제공한다. 그렇기에 스미레코가 동방향림당에서 이전의 마리사의 역할을 2기에서 이어받은것도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다.

 

그리고 반대로 환상향의 시선에서 바깥세계를 평가하기도 한다. 이는 동방향림당 2기의 주요 주제이기도 하며, 바깥세계가 은연중에 존재감을 들어내는건 스미레코 등장 이후 줄곧 이어진 분위기이기도 하다. SNS가 주요 소재가 된 비봉 나이트메어 다이어리나 바깥세계의 폭죽놀이를 모방한 그리모어 오브 우사미가 아니더라도, 동방문과진보에서는 단순한 트럼프 밈을 제외하고도 형식이 바깥세계의 주간지와 몹시 닮아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으며, 빙의화의 죠온은 향림당에서 가챠게임의 과금과 비교되기도 했으며, 귀형수에서는, 바깥세계라기 보다는 현실의 모습이지만, 기계에 지배당하는 디스토피아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이는 스미레코가 심비록에 등장한 시점부터 일어난 일이라는것 또한 의미있게 볼 수 있다.

 

4. 결론

 

따라서 2번 문단과 3번 문단에서 내린 결론을 종합하면, 신주는 바깥세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하기 위해서 스미레코라는 캐릭터를 등장시켰고, 이것은 개별 서적에 한정되는 카센, 코스즈, 미요이와는 달리 동방프로젝트의 큰 흐름에 영향력을 끼치는 주요주제이므로, 현재 스미레코는 과거 마리사의 역할에 비견 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대 사회의 이야기를 다음 정규작에서도 신주가 풀어놓을지는 알 수 없는바이지만, 그 흐름이 이어진다면 스미레코는 동방프로젝트의 중심인물일것이 자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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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다가 몇번 뒤엎고 글도 꼬였지만 이왕 쓴거 올려봄

 

여러분의 생각을 알기 원합니다. 이딴글 말이 되냐고 해도 납득함. 내가봐도 개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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