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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글좀,,, 써봣습니다 본문

유유대 심심해서 팬픽 참가해봣어요 근데 걍 대회 연관보단 소설된거같음
제목은 없습니다. 대충 4시간만에 쓴거니 퀄리티 재미 감안해주십사 맞춤법 검사도 안함요
백옥루, 그 고요한 저택. 문인들의 마지막 쉼터가 되는 고즈넉한 찰나의 쉼터. 문인이라면 응당 그곳에서 제 끝을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 망령된 자로서의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로다.
망령은 무겁게 가라앉은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그래. 정말로. 망령은 백옥루에 도달하였다. 제 손끝에 생긴 굳은살도. 손톱에 낀 묽은 먹도. 그리고 붓털을 핥아 생긴 검은 혓바닥도. 그 모든 습관이 남은채로, 누각에. 천상의 누각에 도달하였다.
자신은, 결국엔 문인으로서 인정을 받은것이로구나. 망령은 제 몸을 바라본 후, 주위를 훑어보았다. 제 몸은 희끄무레했다. 정말로 죽은 것이었다. 그는 백옥루에 도달한 것이 기뻤으나, 내심 오랜기간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였고. 자신의 작품은 그 누구한테 인정받지 못하고 죽어버렸으니. 자신이 죽고난 이후 백옥루에 왔다는 사실은 사후에야 그의 글줄의 가치가 생겼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기꺼운 일이다. 허나 비록 자신의 명성이 퍼졌다한들, 그 누구의 반응을 받지 않으면 그것이 무슨 의미겠는가.
예술의 가치는 예술을 하는자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만족하고, 사람들을 전율시키며, 좋은 추억을 남기게 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예술의 가치라고, 그는 생각했다. 오로지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 예술이라고 불리는 것은 손씻은 물조차 예술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타인의 시선에서 예술을 평가받아야지 되는 것이지. 물론 그 반응을 이젠 지켜보지 못하였으니. 결국엔 의미가 없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것에 기뻐해야하는 것인가. 망령은 백옥루의 대청에 주저앉으며 조용히 자신의 몸을 살폈다.
손을 가슴팍에 넣으면 손이 가슴을 뚫고 통과하며, 고개를 숙여서 자신의 허벅지를 뚫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다.
새심 부정하던 것이 크게 와닿으니, 망령이 제일 먼저 느낀 것은 허무함에 불구했다. 그 모두가 칭송하며 우러러보던 백옥루에 왔다. 그러나 이곳은 듣던 것과는 판이했다.
누각은커녕. 그저 왜옥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을 뿐이오. 그저 귀족들의 넓은 저택에 불과한 건물이 아닌가. 그럼에도 그가 백옥루라고 여긴 것은 어쩌면 그가 이곳이 백옥루이길 바랬던 것이겠지.
또한 죽으면 지옥에 간다고들 하지 않은가. 이곳은 사후세계라는 인식과 다른 평온한 곳이었다. 주위엔 유황도 없고, 끓는 물도 없고, 넓은 솥도 없고, 오로지 물결모양으로 반복되는 가레산스이와 유려하게 핀 벚꽃, 그리고 새하얀 하늘뿐만이 존재할 뿐이다.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지도 못할 정도로. 그러니 망령은 제 직업과 연관지어 자연스럽게 백옥루라는 것을 떠올렸으며 이곳이 백옥루라는 것으로 확정지은 것이었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냉정해지는 머리에, 망령은 그저 차갑게 내려앉은 현실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러한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모든것이 고요했다. 망령은 숨도 쉬지 않았다. 숨소리와 혈액이 도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망령은 상념이 떠올라, 눈을 질끔 감았다. 눈을 질끔 감아도, 망령은 망령된 인간이었기에. 눈꺼풀은 제 의지와는 다르게 계속해서 힐끔힐끔 벌려졌다.
기어코 이 저택의 모습을 눈에 담은 망령은 기함하였다. 세상에, 그 누가 이토록 넓은 담에 자란 관목들을 잘라내었다는 것인가. 상상조차 하기 힘들 정도의 고난이었다. 일정한 높이와 일정한 단면과 일정한 길이까지.
만약 이곳의 주인이 존재한다면, 죽어버린 사후의 인간에게 저러한 고난도의 노동을 시킨다는 것인가.
그건 조금 끔찍한 일이었다. 그것을 깨닫자 마침 서걱거리는 소리가 그의 귓가에 지독하게끔 울려퍼졌다. 그제야 인지하니, 그러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리의 원인은 검을 든 흰머리의 소녀였다. 소녀는 가지치기를 하였다. 옷은 수수하였으나. 기모노와 유카타와 같은 옷은 아니었고, 그렇다고 해서 또 무엇이냐, 평민들이 입을 옷이냐, 라고 묻는다면 그것도 아니올시다.
영 해괴망측한 옷을 입고, 맨다리를 드러낸채로 존재하였다. 그래. 이곳은 확실히 사후로다. 저 어린 소녀에게 저런 망측한 옷을 입히고, 가위도 아닌 제 몸뚱어리만한 검으로 가지치기를 시키다니.
그는 잠시 물끄러미 소녀를 바라보았다.
"음...?"
소녀가 행하는 노역치고는, 상당히 이골이 난 모습이었으니까. 또한 표정엔 그 어떠한 고통도 없이 평온한 것이. 작은 부처가 현현한 것만 같았다. 아니, 어쩌면 지장보살이 지옥에서 죄인들을 구원해준다 하였으니. 지장보살이 분명하도다.
아니.
상상력이 지나쳤군. 망령은 고개를 저어내었다. 문인된 자의 타성이었다.
"어라...?"
망령은 조용히 소녀를 응시했다. 소녀는 이내 시선을 눈치채고 곧이어 대청에 앉아있는 그를 바라보았다.
"저기... 언제부터 이곳에 존재하셨나요?"
소녀는 대뜸 그를 바라보고는 급하게 그를 향해 달려와 그리 말하는 것이 아니겠느냐. 그는 약간의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채로 말했다.
"언제라고 묻는다면, 일단 내가 의식을 차린 것은 방금이오."
"그렇군요. 바, 방금이라, 혹시 죽었다는 건 기억하시나요?"
"죽었다는 것을 기억하냐고...? 글쎄. 자네가 말하는 내 죽음이, 병에 앓고 끙끙거리다 진한 탈력감을 마주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렇다고 해드리지."
"그, 그런가요. 잘, 잘부탁드립니다."
소녀는 어색한 모습이었다. 저러한 잡일만 도맡아서 하는 것인가. 제법 잘하는 가지치기와는 다르게 말하는 솜시는 영 꽝이었다.
아무렴 어떠하리. 그는 지금까지 그래왔던것처럼, 자연스럽게 허공을 응시했다. 소녀를 뒤로하고, 해야만하는 생각들이 많았다.
당최 이곳은 어디이고 무얼 하는 곳인가. 나는 죽었는데 당최 사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염마대왕을 향해 생전 지었던 죄에 심판을 받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정말로 이곳이 백옥루라는 것인가. 그렇다면 왜 시인들이 말하는 백옥루와는 모습이 다른 것인가.
"저기, 그 앉아계시면 유유코님께서 말해주실테니, 그동안엔 편히 계시면 됩니다."
그리 말한 소녀는, 갑자기 멍때리기 시작하는 그를 뒤로하고 다시금 하던 일을 계속 이어나갔다.
소녀의 뒤에는 꼬리처럼 반투명한 찹쌀떡이 따라다녔다. 허공을 유영하는 모습이 퍽이나 익숙한 모습이다. 그는 그러한 것에 눈초리도 주지 않으며, 다시금 생각을 이어나갔다.
그는 이젠 죽었다. 죽은김에 자신의 이성도 죽일 순 없는 법이었으니. 늘어지게 누워서 잠을 자고 싶다는 욕망이라든가, 범인이라면 생각하지도 못할 기괴한 일을 하려고 할 순 없었다.
그저 흘러가는 벚꽃잎을 볼 뿐이다. 손아귀에 길쭉한 붓이 없으니 이 풍경을 눈으로 담을 수밖에 없었다.
벚꽃의 흐름은 매우 느렸다. 느릿느릿. 시간의 흐름이 느린것처럼. 아주 늦장을 부리며 떨어지는 벚꽃은 허공에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모양새였다.
한번, 무의식적으로. 그는 흘러내리는 벚꽃의 파도에 손을 가져다대었다. 무척이나 거친 급류에 손이 휘말려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었음에도 벚꽃은 손의 틈새를 타고 부드럽게 훑어 떨어질 뿐이다. 그는, 잠시 벚꽃을 보다가, 행동을 멈추었다.
그의 귓가에.
"아름답지?"
대뜸 그런 소리가 울리는 것이 아니더냐.
놀랄 틈도 없었다. 놀라는 것은 생자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젠 죽지도 못하니 놀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누구인지."
"이름을 굳이 듣고싶다고 하는 영이라... 이번엔 또 새로운 부류로구나."
"새로운 부류라고...? 제법 경험이 많아보이는 언사가 아닌지."
그는 고개를 돌려, 부채로 입가를 가리는 여인을 보았다. 입은 옷의 때깔은 무척이나 좋았고, 옷의 염료는 귀한 것을 썼는지 눈이 쨍할정도로 강렬한 하늘색이 실로 세상을 담은 것만 같았고. 제일 눈에 띄는 분홍빛의 신묘한 머리색은 파도처럼 부드럽게 넘실거리며 어깨까지 딱 끊겨있는 것이.
웬 귀한 아가씨가 이곳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또 새로운 부류라고 하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는 돌연 표정을 찌푸린 여인을 보고 침음을 흘려댔다.
"말을 좀 조심해주면 좋겠어. 경험이 많아보이는 여자라니."
"그, 그렇군, 그건 내 실책이오."
말을 실수했나? 물어보고 싶은 건 많으나, 여인의 감정기복은 심하다고 하였으니. 오뉴월에 서리가 내릴정도로 차게 가라앉은 공기에 그는 유심히 눈치를 보았다.
그는 여자와 대화를 나누어본적이 적었다. 이래보아도 도련님이라고 불리우던 그였으나, 그는 그 보호받던 환경탓에 사람과의 대화는 무척이나 어색하다고 여겼다. 그런 그에게 주어진 것은 그저 글줄.
타인이 적은 글과 타인이 생각하는 이념이 적힌 글들과, 그것들의 대화가 그의 유일한 소통길이었다.
그리고 끽해야 하인에게도 쩔쩔매며 말을 하지 못하는 숙맥덕에, 그는 동년배의 여자와 대화하는 것에 조금 거부감이 있었다. 또한 말없이 노려다보는 여인의 모습에, 그는 이 분위기를 어떻게 쇄신해야할지.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 그렇다면 무어라 말해야 할지, 알려 줄 수 있소?"
그는 아무런 말이나 내뱉기로 하였다. 퍽이나 허둥대는 모습에 그녀는 이죽거리는 미소를 지어냈다.
"망령에게 기대한 것은 없어~ 그냥 편히 있으면 좋아. 명계에선 죽지도 아무렇지도 못하니까."
"그렇군..."
"그보다 요우무의 말엔 방금 들어왔다고 했는데. 내가 너무 괴롭혔나보네. 망령이니까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 혼란스러운 점이 많을거야."
"그, 그게 무슨 말이오?"
"신경쓰지 말아도 되는 일. 아아, 나 참, 염마님이 또 뭐라하겠어."
"여, 염마...?"
하지만 갑자기 내뱉는 말에, 그는 당황하며 여인을 올려다보았다.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드럽게 살랑거리는 자락을 과시하며 건물의 안쪽으로 걸어들어갔다.
"어, 어이가 없군. 다, 당최, 경우 없는 일이라...!"
그는 벌떡 일어나보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코빼기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 염마님이라고 하였던가? 그렇다면 이곳에서 죽은자를 안내하는 하수인이라도 되는 모양이군.
망령에 대해 잘 아는 모양새였으니. 다음에 꼭 말해보아야겠군. 그는 부끄러워 볼이 붉어졌지만, 각오를 하였다.
그것이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다.
각오를 하고 벌떡 일어선 그는 막상 갈 길이 없자 해가 지지도 않는 이곳에서 그대로 앉았다. 눈을 뜬 곳이 대청이었으니, 결국 그 자리에 있자는 심보였다.
그러하며, 이곳엔 그 어떠한 요괴고 적이고 추위고 뭣도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붕을 찾거나 바람을 막는 벽을 찾아야 할 일도 없었다.
그저 그녀가 와서, 이곳이 무엇인지, 무얼 하는 곳인지 꼭 들어야만 하는 것이 일순위로 중요했다.
체감상 일주일이 훌쩍 지난 느낌이다. 하루마다, 소녀는 검을 들고 풀들을 베었고.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체를 해왔다. 그는 그걸 날의 하루라고 잡았다.
그리고 소녀가 5번이나 아는체를 해온 날에, 여인이 나풀거리듯이 걸어와 그를 반겼다. 그녀는 그를 향해 당연하다시피 말을 걸어왔다. 그건 너무나 기계적이고 통상적이며 대화를 하며 생기는 흥미와 감정들이 제외된 빈껍질만 있는 말이었다.
"또 같은자리네. 망령이라서, 생각할 것들이 많나봐."
"그렇지 않소. 내가 하루종일 생각했던 것은 당신에 관한 것이었소."
자존심이 상한 그는, 생각해왔던 말을 정리해두었다. 그리고 이건 그의 나름대로 회심의 역작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저 우습다는 듯이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여유만만한 모습을 할 뿐이다.
"어머나, 내 정체에 궁금하다는 걸까."
"그렇소. 나는 내가 죽은 것까지는 이해가 가오. 하지만 당신이 왜 어째서 이곳에 있는것인지. 그리고 이곳은 무얼 하는 곳인지, 도통 정체를 모르겠더군."
"으음, 그리 서정적인 대사를 이토록 쉽게 망가트리다니."
"서정적...? 내가 아는 서정적인 말의 뜻과 당신의 생각하는 것은 다른가보오."
그의 대답에 그녀는 살풋이 미소를 지어냈다. 그는 영 모를 일에 침음을 토하기도 잠시. 그는 이 상황에 걸맞는 대답이 중요하였다.
"그래서 말해주시오. 이곳은 어디인지."
"망령께서 그리 말하시니, 말해줄 수밖에. 여긴 백옥루. 그리고 명계로지. 당신은 죽었어다는 거야. 이제야 조금 실감이 나려나?"
"이보시오.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오. 백옥루라고 한것엔, 내심 놀랐다만, 나는 내가 죽은 것을 인지하고 있소. 그리고 그리 말하였지. 그대는 나의 말에 흥미를 지니지 않으셨나보오."
그의 말에, 유유코는 흥미롭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창백한 피부와는 다르게 생기넘치는 분홍빛의 입술이 호선을 그려냈다. 질끔, 눈을 감고 시선을 돌린 그는 흘러내리는 꽃잎을 바라본채로 말했다.
"이해하셨소? 나는 그저 당신의 대답이 궁할 뿐이오. 당신의 정체와, 이곳이 무얼 하는 곳인지. 그걸 바라는 것이오."
"그렇구나. 당신, 그거 알아? 망령이 어떠한 존재인지?"
"말을 돌리지 말아주셨으면 하오만..."
그녀는 간단히 그의 대답을 흘려댔다. 그녀는 쥘부채를 착소리나게 펼친 후 입가를 가렸다. 그녀는 자연스럽게 그가 앉은 대청 곁에 다가가선, 그의 말을 무시하고는 입을 열었다.
"망령이란, 죽은 자들. 그리고 죽었음에도 자신의 아집을 죽이지 못한자들. 버리지 못한 자들. 그것을 통틀어서 망령이라 불러. 사람은 죽으면 자신의 신체를 잃은채 무정형인 혼의 형태를 하지. 그건 유령. 유령이라 부르지만 생전의 형태를 유지한 것은 망령이라고 불러."
과연. 그것을 망령이라 부르는 것인가. 그렇다면 자신은 망령이로구나. 그는 조용히 그녀의 이어지는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이 망령이 되는 경우는 흔해. 자신의 죽음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요, 그리고 둘째로는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기 싫어서 스스로를 속이고 외면하는자들. 그것이 망령이야."
"그러나, 나는 죽은 것도, 죽음직전의 기억도, 그리고 나의 죽음을 인지하고 있소만...?"
"응, 맞아.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면 그런것이겠지. 하지만 말이야, 당신, 애써 자신의 내심을 부정하는 것이 아닌지, 한번 고심해줬으면 하는데."
"아니오. 나는 절대 죽었소. 그리고 살고싶다는 생각은 있지만, 내 죽음을 부정하고 싶은 건 아니오. 죽은 건 죽었으니, 나는 방금까지도 염마의 대한 사후의 심판을 고대하고 있었소."
"염마의 심판을 기다리는 사람이라. 특이한 성격이네, 그런 사람은 잘 없는데 말이지."
그녀는 진심으로 의외라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는 나름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첫째로. 그는 육식을 하지 않았다. 아니, 육식을 해도 약식을 하였다.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닌, 죽어버린 동물을 먹었다.
둘째로, 그는 단명했다. 고작해봐야 약관을 겨우 채우는 나이에, 그는 병에 걸려 죽었다. 만약 그가 20년동안 살아온 업이 수없이 짙으려면 방화라도 했어야만 했다.
셋째론, 그는 소심한 편이었다. 항상 몸은 유약했으며, 자신감은 없었고, 대화에 서툴렀다. 이제야 죽어버렸으니 그러한 것을 벗었다지만, 그는 그저 책만 읽는 순진한 자였을 뿐이다.
책에 나오는 하인을 구박하는 자도 아니오, 살인을 저지르는 무사도 아니오. 고작 주는 밥만 잘챙겨먹으며 수학하는 자에게 어떤 죄가 있겠는가.
"나는 염마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소. 그야, 나는 살생하지 않았으며, 나는 방관하지도 않았고, 나는 그러할 이유가 있었으니."
"스스로를 무죄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보았지만, 염마 앞에서도 떳떳할 수 있는 자신감은 많이 없던데. 정말 특이한 사람이구나."
"그렇지 않소. 모두가 나와 같은 처지였다면 떳떳하였겠지. 나는 좋은 상황을 타고난 것 뿐이오. 내가 만약 길거리 빈민이었으면 또 달라졌을지도 모르지."
그녀는 그의 말에 제법 웃기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묘한 뿌듯함을 느꼈지만, 그게 그리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렇게 알게. 그렇다면 일단 당신 스스로 죽음에 아무런 것도 없으니까 망령이 될 이유가 없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무슨 이유가 당신을 망령으로 만들었을까. 뭐가 당신을 성불시키게 만들까."
"글쎄. 나야 모르는 일이로지 않겠소?"
그는 태평스럽게 어깨를 으쓱였지만, 이어질 그녀의 말을 원치 않았다. 이곳이 백옥루라는 것은 둘째치고, 망령이 그러한 존재라면 자신은 무엇 때문에 망령이 된 것인가.
어린나이에 일찍 죽어서? 아니다. 일찍 죽어도, 스스로 죄를 짓지않았다고 읊조리는 자신에겐 다음 생의 기회가 있을 것이다. 자신은 무언가를 깨닫지 못하였으니 윤회하고, 죄는 없으니 축생이 아닌 인간으로 다시금 태어나 살아나겠지.
그렇다면 굳이 두려워할 이유는 없는 것이로다. 그렇다면 당최 무엇이 그를 부여잡는 것인가.
"당신의 손톱에 낀 검은 얼룩, 지워지지 않은 걸 보니, 죽을때도 먹을 만지고 죽었겠지. 만약에 정말로 당신이 죽음을 인지하였다면, 그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삶에 대한 집착. 당신은 은근히 부정하지만, 실은 누군가가 인정해주길 원하는 거 아냐?"
"...그럴리가. 어차피 죽기 전에도 방구석에서 내 원하는 것만 쓰고 버리는 삶이었소. 누군가에게 인정받기엔 경험도 일천하여, 자랑할 경지도 아니로지."
"그렇지만 혹시 모르지.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모르는 법이야. 짝사랑도, 누군가 옆에서 말해주어야지 인지하는 법인데, 당신은 당신의 감정이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아아, 일단 우둔하다고 보진 않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옛 성인 수준으로 깨달음을 얻진 못하였겠지. 그리고 현명한 노파보다도 못하고. 그저 지식인의 청년 수준이라고 자부할 정도는 되오."
"하지만 고작 어린나이라며. 노인들도 스스로 부정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정말 그러지 않을거라는 것을 맹세해?"
그녀가 물어왔다. 얼굴을 가져다대며, 흥미롭다는 기세를 숨기지 못한채로, 그 길쭉한 속눈썹으로 머리를 찌를듯이 다가오는 모습에, 그는 웬걸 볼이 화끈거려 고개를 휙 돌렸다. 그러곤, 조심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아니오. 아닌 것 같소."
"으으음... 좋아. 일단 당신은 그걸 인정한 순간 동년배보다는 뛰어난 편이라는 것이 증명되었어."
큼, 크흠, 그는 억지로 목을 긁으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나름대로 분위기를 바꾸려하던 것이었으나, 그의 행동은 의미가 없었다.
"망령이니까 그런 기침이 나올리는 없지~ 목에 음식이 걸려 사레가 들릴 순 있어도."
"그, 그렇군, 유념해두겠소."
대화가 멎었다. 그의 말을 끝으로, 그녀는 태연하게 부채로 얼굴을 가린채 흘러내리는 벚꽃을 바라볼 뿐이다. 그는 이 분위기가 적잖이 불편하여 어색하게 자세를 고쳐앉았으나, 그저 소음만 낼 뿐. 이윽곤 도취되는 풍경의 감상을 방해할까, 그녀의 눈치를 은근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이리보이니, 많이 읽었던 서정적인 소설과 같지 않은가. 사랑을 토해내고. 단순히 글을 읽는동안에만 유희거리를 주는 단순한 밤거리의 오락. 그러한 소설에 나오는 상황과 같지 않은가.
그는 떠오르는 생각을 혼란하게 정리했다. 그런 부류의 소설은 그가 싫어하는 부류였다. 그러니까 이러한 상황을 떠올리면서 그러한 서정적이고 불쾌하고 음란한 소설이 떠올라야 하는 일은 아니었다.
입을 꾹 다물고. 그는 제 직업정신을 발휘하여 흩날리는 벚꽃을 보았다. 사시사철, 그 언제라도 굳건히 피며 계속해서 피고 계속해서 지는 벚꽃잎. 이것을 무어라 말해야할까. 반복되는 삶? 윤회? 아무래도 그는 이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자신의 어휘력이 원망스러워졌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토록 짧은 문장을 그리 아름답게 꾸미는 시인한테 가르침이라도 받을 걸 그랬나. 끽해봐야 머리를 어지럽히게 만들고 고의적으로 꼬아적는 시라고, 시에 대해서 극히 부정했던 자신의 과거가 그토록 후회될 뿐이다.
"후회되는 것을 찾았나보네?"
그리고 그녀는 또 귀신같이 그의 표정을 읽은채로 물어왔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시답잖은 생각을 할때, 자신이 망령이 된 이유를 찾으려고 배려를 해준 것인가.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것만 같았다. 그는 허둥지둥 말을 어떻게든 내뱉으며 입을 열었지만, 고장난 도구처럼 어버버하게 말이 나왔다.
"그래, 시간은 길어. 굳이 찾으려고 하지 말아도 괜찮아. 내가, 당신이 망령이 된 이유를 찾아줄게. 흥미가 생겼거든. 이러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망령은 난생 처음이야."
"고, 고맙소. 그렇다면 그대는 이름이 무엇인지... 일단 나는 내가 망령이 된 이유를 쉬이 찾아낼 수 없을것만 같으니, 당신, 그대, 혹은 자네, 라고 부를 순 없는 법이지 않소? 그리고 또한 그대는 연륜이 있어보이는 터. 이 내가 이리 반말을 하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소...?"
그녀가 눈을 찌푸렸다. 또, 또 역린을 건든 것인가. 그는 당황하며 그녀를 보았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곤 고개를 저어냈다.
"일단 당신은 이름을 묻기 전에 여자를 대하는 법을 알아야겠어. 누가 이렇게 일면식도 그리 없는데 나이가 많다고 짐작하는거야?"
"그, 그야 일단 그대는 여기에 오래있는 모양새였고, 이곳의 관리자처럼 보이니, 일단 이 나보단 살아온 기간이 길지 않을 것이지 않소...?"
"그게 아니잖아. 그냥, 나이를 물어보는 건 실례라고. 당신, 여자와 대화를 많이 안해보았구나."
"그, 그렇소."
"그렇다면 한 가지 충고할게. 일단, 나이를 묻지 마. 알겠지? 그저 노파한테만 그리 말하라고."
"아, 알겠소."
그녀는 그의 대답에 만족하며 싱긋, 웃음을 지어내보았다.
"일단, 이곳엔 당신만 있는게 아니니까."
"좋소. 나도 그동안에 내 망령된 이유를 찾아보겠소."
그는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조용히 생각을 떠올려보았다. 망령이 된 이유라.
소녀가 3번이나 인사를 보내고도, 그는 그것을 떠올리지 못하였다. 이윽고, 그녀가 와서 자신의 이름이 사이교우지 유유코라는 것을 알려주고, 백옥루의 주인이자, 백옥루는 그가 예상하던 것과는 다르게 평범하게 머무는 장소라는 것을 알려주었고. 그저 이게 좋니, 싫니, 와 같은 시시콜콜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만 끝이났다.
또한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었지만 그녀 또한 망령. 하지만 염마와 일종의 거래관계를 맺었기에 망령으로 이 일을 하는 것처럼 느꼈다. 하여, 그녀는 평범하게 볼 수 없는 망령이라는 것이겠지.
그것보단 그녀는 사이교우지아야카시라는 고목에 대해 흥미를 퍽 지닌 모양새였지만.
그가 생각하기엔 그 거목은 그리 달가운 것이 아니었다. 평범하게 가지의 모습이라고 하였지만, 그것은 원래 고목이었다고. 듣기만 하여도 끔찍한 것이로지.
무튼, 결국엔 그에 대해 수확은 없었다. 그저 그가 여자와 대화를 조금 더 편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뿐.
"아, 안녕하세요."
"으음...?"
소녀가 그로부터 4번째로 인사를 건네는 날. 소녀는 갑자기 인사를 건네왔다.
그녀의 말로선 콘파쿠 요우무. 반인 반령이자, 이곳의 정원사 겸, 검사라고 하였다. 검사라는 것이 의미가 있나 싶었으나, 그녀의 검은 망령과 유령을 벨 수 있는 검이라고 하니. 그저 검에 대해 무지한 그로선 그렇구나 하고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풀거리는 치마와, 맨다리가 드러나는 것에도 나름대로 익숙해졌다.
가끔씩 배를 타고 들어오는 서양인들도 이러한 옷들을 입었으니. 그저 양복을 입었구나, 하며 생각한 것 뿐이다.
"저기, 유유코 님이 부르십니다."
"그녀가...?"
"네, 무언가, 당신에 대해서 흘러들어온 것이 있다고. 어쩌면 망령이 된 이유도 알 수 있다고..."
요우무는 그리 말을 하고는 조금 뜸을 들였다. 그는 그 이어질 말을 듣지도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그녀는 태연스럽게 종종걸음으로 그를 안내하였고, 이어 자리에 앉아있는 유유코를 향해 안내해주었다.
"요우무, 고마워."
"예, 예, 저는 그럼 돌아가겠습니다."
"응, 저녁은 안차려줘도 괜찮아."
"네, 네에? 정말로요...?"
그녀의 말에 화들짝 놀라는 소녀를 바라보니. 제법 애처로웠다. 정원사임에도 종처럼 부려먹히다니. 식이 필요없는 망령에게 식을 차려주는 행위란 얼마나 어리석은 행위인지도 모르고.
유유코의 말 한마디 한 마디에 기뻐하며 방을 떠나는 요우무의 뒷모습에 그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대여, 굳이 애꿎은 종을 괴롭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만."
"괴롭히다니. 당신 말이 조금 심한걸? 나는 충분히 보상을 받는 것 뿐이야. 내가 염마님의 시선에 모나지 않게 당신의 성불을 도와주고 있는데, 이건 충분히 보상을 받을만한 일이지. 그리고 식사는 망령의 권한이라고? 망령이기에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식사를 하는거야."
"애초에, 나의 일에 관련없는 소녀이지 않소. 또한, 그러하며, 단순 식사라고 하기엔 양이 너무 많지 않은가."
"뭐 어때, 죽지도 않는데. 당신처럼 하루종일 흘러내리는 벚꽃에 일희일비하며 터무니없이 낯부끄러운 말을 지어내는 것보다야 낫지."
"하아아, 내가 낯부끄러운 말을 지어내는게 아니라, 내 근원을 찾으려는 행위라고 하지 않았소?"
그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실은 그리 말하고도 속으론 낯부끄럽다는 말에 마음이 상했다. 진심으로 좋다고 생각한 문장을 내뱉은 것 뿐이었는데. 고작 낯부끄럽다니.
"그보다, 당신이 한 말은 염리예토 흔구정토라는 말이 제일 와닿을 뿐이야. 이 세상은 더러움으로 가득 차서 떠나고 싶고, 더러움이 없는 정토로 돌아가고 싶다니. 망령인 나로선 마음적 상태를 빗대는 말인 것만 같아서. 크게 와닿으니 말이야."
"그대도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것 같구려. 그렇지만 염리예토 흔구정토는, 꽤나 유명한 말이 아니오? 단순 공부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을, 그대는 얼마나 오래 살았기에..."
"그만."
부채가 입가를 팍 때렸다. 그녀는 고개를 저어내고 그를 노려다보았다. 그는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냈다. 이렇게 보니 제법 친근한 사이이지 않은가. 확실히 이야기를 나눈지 꽤나 오래되었다.
이 자신의 망령된 일이란 생각보다 쉬운것이 아니니. 어쩌면 더욱 길어질지도 모르는 일이지. 녹아나오는 오랜기간의 연륜의 그녀에겐, 그만한 흥미로운 것이 없었으니까.
그는 부채를 밀어내고 자리에 앉았다.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그 혼자만 그리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저 단순한 친구사이일지언정, 그 이상으로 가지는 못하는 사이로 인지할 수도 있었다.
그러한 것은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꽤나 마음 아픈 것이지만, 망령된 자신으로선, 염마와의 약속도 없고, 그저 성불한 미래를 지녔다. 그러니, 흔들리지 말아야하지.
"그래서, 나를 부른 목적이 무엇인지."
"그건 말이지..."
그녀는 뜸을 들이며 말했다. 그것이 못내 신경쓰여, 그는 시선을 내리깔고 조용히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녀의 행동은 빨랐다. 그녀는 서로를 가르는 책상의 앞에 한권의 낡고 너덜너덜한 책을 올렸으니.
그것은 퍽이나 당황스러웠으나, 그 책의 것은 너무나 기시감이 넘치는 것이었다. 아니, 기시감이 아니었다. 이건 분명히 알고 있었다. 특유의 문체, 그리고 특유의 글, 그리고 특유의 내용까지.
이건 자신이 마지막으로 남긴 소설이었다. 그것도 제법 흥에 취한채로 막 써갈긴 내용. 별건 없는 내용이었다. 이 세상은 이러하니 살기 좋으며, 이 세상은 저러하니 살기 힘들지만, 이 자신은 어떠하니 그래도 삶이 좋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그저 사그라드는 자신의 심상과 육신을 어떻게 해서든 긍정적으로 포장하려는 행위이기도 하였고.
그리고 그 책은 그 누구도 모르는 채로 사라졌어야만 했다. 이렇게 그녀의 손에 쥐어지면 안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부정하며, 모르는 체 입을 열었다.
"이, 이건 무엇인지..."
"알잖아. 굳이 설명안해도. 그래서 불렀어. 이걸 보면... 그래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냥."
더듬거리며 유유코가 말했다. 한장 한장을 넘길때마다,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 달라졌다. 고의적으로 모르는 체 하지만, 삶의 흐름은 변할 수 없는 일이다. 망령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살아가면 자연적으로 백에서 흑으로, 판결이 넘어간다.
제 삶의 기간을 늘릴때마다, 점점 더 삶의 흐름을 부정하는 행위가 되어버리니.
"당신, 이제 염마 앞으로 가야하지 않겠어? 이젠 더 버티면 위험할지도 몰라. 지옥에 가야할수도 있다고."
"그런가... 나는 잘 모르겠소. 이것이 나의 망령된 이유라니. 나는 이미 진작 내 실력을 알고 있었고, 내 실력에 기대하지 않았소. 또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니, 함께 찾아보도록 하는 편이 좋지 않겠소? 평소처럼 말이오."
유유코는 한숨을 픽 내쉬었다.
그는 부정하면서 책을 밀어냈다. 유유코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가 그러한 이유는. 그녀또한 그러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처음엔 단순 흥미에 그칠 일이였겠지만, 처음엔 그저 단순 특이한 망령이 왔구나, 할 일이었지만.
그녀는 점점 이 상황을 재밌게 여기고 흥미롭게 여겼다. 그와 있으면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그리 깊은 생각을 떠올리지 않아도 되었고, 현재 닥친 문제만 생각하면 되었기에 즐거웠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재밌었다.
망령들은 모두, 제 욕망에만 말을 꺼낸다. 죽기 싫어. 와 같은 평범한 이야기들. 그러나 그는 자신처럼 그러한 것이 없었다. 어찌보면 그는 망령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소탈했다.
오랜세월, 이야기를 나눌 사람은 없었다. 요우키? 요우무? 그들은 다 자신을 어려워했다. 말을 해도, 친근하기보단 사무적인 쪽이었다. 유카리? 그녀는 그래.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거기다 친구라는 것에 비해, 무언가 숨기는 것이 많았고, 거짓말을 내뱉는다.
그러니까.
대화가 즐거웠다.
조금 더 오래있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당신의 모습을 보면, 이건 부정할 수 없는 일이야..."
"..."
손끝엔 먹이 지워지지 않는다. 말을 하는 혀는 은근하게 검은 것이 묻어있다. 또한 손에는 굳은살이 눈에 보일정도로 돋보인다. 그녀는 그의 표정을 엿보았다. 그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절 고민하는 기세도 없다. 그는 그랬다. 잠시나마 거절하려고 변명을 대나 싶었으나. 역시나 이상할 정도로. 미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망령이라니. 평소였다면 미련이 없는 그가 남겨버린 미련이 무엇이라 망령이 되었을까, 궁금하였지만 지금은 그게 그리 달갑지 않았다. 그녀는 옅게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깨물었다.
지금이라도 말을 바꾸어주었으면 했지만.
"그렇군. 그래. 이젠 마지막이로구나."
그는 이 상황에 미련도 없이 넘어갈 뿐이었다.
"당신은 정말로 이렇게 끝나면 괜찮은거야?"
"...그렇겠지. 그리고, 이 책 하나가 내 미련을 어떻게 성불시킬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잖소."
"아니, 아니야. 염마님의 허락을 구했어. 잠시, 백옥루를 비울 수 있을 정도로."
"...잠시 여행이라도 가자는 농인가? 그것 참 재밌소."
"그렇지. 마지막이니, 이왕 여행이나 가볼까. 잠시만 기다려줘. 나갈 채비를 해야하니까."
"좋소. 그렇다면 대청에서 기다리겠소."
유유코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는 방을 나섰다. 돌아보는 것도 없이. 단칼에 베어버리는 선택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문이 닫히고, 대청에 나선 그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이 익숙한 모습도, 이젠 마지막이로구나.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그를 성불시킬 수 있을 정도로 확신에 찬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이곳이 그리 쌀쌀했는데. 어째서인지, 돌아다니는 이름모를 유령들도, 인위적으로 나있는 마당 무늬들도,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꽃잎들도. 한 없이 기묘했다.
진작 접고 있었던 문인의 꿈과, 사후였건만. 이렇게 허무하게 예고도 없이 떠나게 되다니. 그것이 너무나 와닿지 않아, 그는 어색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드넓은 명계는 그 소리를 잡아먹을 뿐이었다.
잠시나마. 턱을 괴고, 자신의 꿈을 회상해보았다. 떠오르지 않았다. 글쎄. 떠오르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 더욱 적합했을 것이다. 과거야, 과거이니. 현재가 더욱 중요한 삶이로지. 암. 암.
"기다렸어...?"
"그리 오래 기다리진 않았소. 생각할 거리가 여러가지 있었으니."
시선을 돌리지 않은채 대청을 바라보며 답했다. 애처로운 상황이다. 이것이 너무나 애처로워, 글로 남기고 싶은 것이 다분했다. 어쩌면 그녀가 그를 대신하여 글을 남겨줄지도 모르고.
이 일을 글로 써버린다면, 그토록 싫어하던 서정적이고 쾌락적이고 선정적인 소설이 만들어진다는 건가?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소설들도 썩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때의 자신은 그저 아집에 찬 자였으니. 그런 것보단, 더욱 문체의 본연적인 아름다움에 집착하던 시기였으니.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소설을 그리 좋게 볼 순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업적으로 잘 팔리는 소설이야말로 잘 쓴 소설인 것이 아닌가, 그러한 생각이 들었다.
그 저자들도 상업적으로 잘 팔리기 위한 것을 연구하고 제 나름의 고심을 하였을터이니.
역으로 말하여, 가치는 사람들이 인정하는 순간에야 생기는 것. 수많은 서민들이 구매한 소설과 소수의 자들이 구매한 소설과 비교하면 많이 팔린 책의 가치가 높지 않겠는가.
"나도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소. 그걸 방금 깨달아버렸으니. 정말로 성불할 때가 왔나보오."
"그런 말은 나중에 가서 하는 게 어때...?"
"좋소. 확실히..."
그는 고개를 돌려 유유코를 응시했다. 문득 후회막심한 생각이 떠올랐다. 이왕, 감정을 고백해보자, 하는 상념들이 말이다. 이건 당연하지만 굳어진 타성이었다.
그녀가 그를 좋아한다는 것도 의문이오.
하녀들이 이리 말하기도 하였지. '마음에도 없는 남자가 고백하는 것만큼 짜증나는 일이 없어요. 도련님.' 그저 모르는 사람이나, 친구에 불과한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말한다면 당황스럽기 짝이 없어, 더욱 엮일 생각이 사라진다고.
그것이 떠오르는구나.
그는 생각을 접고 잘 차려입은 그녀의 옷을 보았다. 그녀는 지금보니 양갓집의 규수와 같은 분위기였다. 아니, 사실은 처음부터 그러하였다. 창백하고 고운 피부부터가, 그랬으니까.
"잘 어울리는 모습이오."
"당신도 옷을 갈아입으면 좋을테지만, 그래도 좋은 옷이라고 생각해."
"고맙소."
그녀는 제법 잘차려입은 옷을 입었다. 기모노이지만, 평소에 입던 기모노와는 확연하게 달랐다. 고급진 문양부터, 척 봐도 잘 수선된 모양새까지. 기어코 천의무봉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은가.
"이만, 마지막을 장식하러 가볼까."
그녀는 싱긋, 미소를 지어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어색하게 드넓은 백옥루를 뒤로하고,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조용하군."
"백옥루, 그리고 명계란 원래 그렇지. 다들 말을 하지 않아. 하지만 당신은 태연하게 말을 걸어오니까, 처음엔 놀랐어."
"그렇겠지. 나도 이곳이 너무나 조용하니 충분히 놀랐소. 소리를 못듣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러는거야? 조금 더 시끄럽게 굴어도 괜찮은데. 너무 조용한 것도 질색이거든."
"하하, 그렇지만 그대와 나는 해야할 일이 있으니, 어쩔 수 없지."
저벅- 저벅- 그의 말을 끝으로 그 어떠한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발걸음에 맞추어주며, 자연스럽게 곁을 걸었다. 그렇게 걷는 순간, 어쩌다보니 근처엔 시끌벅적한 마을이 존재하였다.
익숙한 내음, 그리고 사람들의 살아가는 소리, 저잣거리 특유의 혼탁함, 불쾌감, 그리고 열기까지.
그 더러움 없던 깨끗한 백옥루에서 얼마만에 느껴보는 생활감인가.
"꽤나 많은 시간이 지났어. 백옥루는 이곳과 다르게 깨끗하니까, 적응이 안될지도 몰라."
"그렇지. 하지만 적응을 해야할 필요도 없소."
"무슨말?"
"어차피 성불을 한다면 그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게 아니오. 장소보단, 나의 마지막엔 나를 추모해줄 수 있는 자만 있다면 충분하오."
"그것참. 시적인 말이네. 다들, 마지막 묘지를 신경쓰는데. 나를 이곳에 묻어줘, 저곳에 묻어줘. 하면서. 하지만, 그런 걸 신경안쓰는 당신은 여전히 미련이 없구나."
"나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도 이러한 경우가 많소. 세상은 넓으니. 나를 너무 특별대우하는게 아닌가 싶소만."
유유코는 그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 그저 발걸음을 옮기며, 그의 마지막이 남아있는 온전한 저택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주위에선 흥정하는 자들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때, 당신의 소설. 팔리는 거."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오."
"왜?"
"사람이 죽고나서야 인정해주다니. 살아있을때나 죽었을때나 책은 불변한데, 왜 저자가 죽어야지만 인정을 해주는 것인가. 그게 너무 괘씸하오."
"으음, 그렇구나."
저잣거리에는 그의 소설이 팔리고 있었다. 사본으로 복사되어 팔리는 소설은 제법 인기가 많은지 서민들도 그의 책을 사가기 시작했다. 그는 지식인의 문체를 좋아하였으나, 이상하게도 그는 글을 쓸때마다 서민들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과 재밌는 문장으로 글을 이어나갔기 때문이었다.
"인기 많네. 그리고 이걸 보고도 미련이 없어지지 않은 걸 보면... 역시. 당신은 거짓말은 한 적이 없었어. 글에 관해서 미련이 없다는 건 진짜였구나."
"그대는 준비한 것이 있나보오?"
"그렇지. 아무래도, 내 일과 관련한 것이니까."
"점점 길을 걸어갈수록 두렵소이다. 사람은 무지한것에 두려움을 느끼니. 그대가 어떠한 것을 보여줄지 두렵소."
"그럼 돌아가서 다시 백옥루로 가는 건 어떨까나?"
"그건 아니오리다. 두려워도 미래를 향해 걸어가는 것이 사람이지. 나는 망령이기 전에 사람이오."
유유코는 입을 어색하게 멈췄다. 그의 말에, 정말로 화가 날 것 같았다. 여인이 이렇게 말하는데, 그는 그저 동일한 태도였다. 그래서 그녀는 화났다는 걸 숨기지 않고 저잣거리를 뚫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는 와중 잘 어울린다는 말이라든가. 이걸 사면 잠자기 좋을 거라든가. 그러한 말들이 귓가에 꽂혔다. 그녀는 그것을 무시하며, 그의 흔적이 남아버린 건물 앞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이곳은 폐가였다.
그의 가문은 그가 죽자마자 이곳을 떠났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요절하면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그리고 이곳은 그만을 위한 별장이었으니까. 손을 댈 사람도 없었고, 다 짐을 싸고 떠났으니까 훔칠 것도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노숙민이 머물 수 있냐? 그것도 아니었다. 다다미조차 뜯어서 챙겨간 그의 가문은 그 집에 요괴가 산다고 소문을 붙혔으니까.
"아아, 우리 집. 그리고 내 집."
"어리석네. 당신."
그러한 생각이 끝마치자, 그녀는 울분을 참을 수 없었다. 그렇게 모질게 가족들이 버렸는데. 사실은 별장이라는 것, 가문에선 당신을 그렇게 기피하던 것이었는데.
공부를 시킨것? 그 나이에 사회에 나가지 못하게 한 것? 그건 전부다 그를 향한 차별이었는데.
그것으로도 만족한다는 것인가. 그 안좋은 의미가 다분한 것에, 미련을 지닌다는 건가? 그녀는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말을 꺼냈다.
"당신이 아픈 것도, 사실 당신네의 가문이 당신을 병들게 한거야. 매일 식사에는 독초를 섞다가, 당신이 충분히 성장한 이후에 은방울꽃을 섞었고, 하인들은 일부로 성병이 걸린 문란한 하인들을 보냈고, 그리고 요리하는 사람은 문둥병에 걸린 사람이었어. 그걸 모르는 거야?"
"아니오. 알고 있었소. 나는 정말로 바보였소.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마음의 응어리를 외면하고 있었다는 것이겠지. 그대가 처음 꺼냈던 말처럼. 나는 내심 부정하고 있었던거야."
"그러니, 화를 내, 그렇다면, 울기라도 해. 왜, 그러지 않는거야?"
"글쎄."
그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는 회상하듯이 눈을 질끔 감았다.
"그리고 정정을 하자면, 그땐 몰랐지. 하지만 내가 그대에게 처음에 경험이 많은 여자라고 하였지 않소? 그러한 말을 들으면 평범한 여성들을 화를 내겠지. 하지만 나는 그것을 몰랐소. 나와 대화하던 그녀들이 문란하기에 그랬던 것이니. 그리고 그녀들은 시도새도 없이 음란한 말을 꺼냈소. 그래서 나는 시중에 판매하는 서정적인 소설을 싫어한 거였소. 문체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오."
"그, 그렇다면...?"
"독을 탄것도, 지금 생각해보자면, 나는 병도 없었소. 그저 체질의 문제인 줄 알았건만. 거참 의외라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그대의 말에 안심할 수 있었소. 실은, 건강한 육체였다는 것이 고마웠다고. 또한 문둥병의 환자를 요리사로 썼다라. 차별받는 자들에게 직업을 내준것이니, 다 좋은게 좋은 것 아니겠소?"
"...하지만, 가문에 대해선 원망하지 않는거야? 어째서...?"
유유코는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그를 보았다. 그는 그녀를 동정하듯이, 그리고 무척이나 아릿한 표정으로 그녀를 내려보았다.
"그러기엔, 너무 이 삶이 좋았다고 말하지."
"좋았다고...?"
"그렇기에 내가 현재 그대를 만난 것이니. 연기. 이 모든것은 연기요. 인연이지. 이러한 것이 성립하기에 내가 당신을 만나서 즐겁게 마지막을 보냈다고 하지. 이 짧은 삶은 그저 지금을 위한 삶이라고도 하고."
유유코는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한치의 미련도 없었다. 무심코, 그의 옷자락을 붙잡았지만, 그는 폐가의 앞에서 우수의 찬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그것이 너무나 애처로워, 그녀는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그는 단순히 입꼬리를 들어올리며 그녀의 손을 잡아당겼다. 몸이 밀착되었다. 당황하기에도 일렀다. 다가오는 얼굴에, 당황하며 유유코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이윽고 예상하던 감촉이 생기지 않아서, 슬며시 눈을 떠 그를 쳐다보았다.
그는 후련한 표정으로, 그녀를 그저 지긋이 쳐다보았다.
"숙맥..."
"미안하오, 아무래도, 이건 가문에서 저지른 것이 아닌 체질인가보오."
"뭐하는거야. 정말로."
그는 쓰게 웃으며 그녀를 놓아주었다. 손에 힘이 슬슬 빠져나가던 참이었다.
"망령이 된 이유라. 어쩌면, 망령이 된 이유는 미래에 있었을지도 모르고, 가족들이 내게 한 짓을 스스로 부정해오느라 된 것일지도 모르지. 우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동안에 그대 덕에 부정하던 것을 바라볼 수 있었소. 내가 염마의 앞에서도 태연한 것은, 내가 당해왔던 짓을 알았던 것이고, 죽음에 태연한 것은, 그때의 나의 삶은 죽음과 동등한 가치였기에 그러한 것이겠지."
이상한 일이었다. 그가 설명을 할때마다, 목소리가 옅어졌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저 사무적인 일이었을텐데도, 흥미가 생겨났던 일은.
왜 울음이 나오려 하는 것인지. 그녀는 그 모습이 들키기 싫어 눈을 아래로 숙였다. 하반신에서부터 사라지는 그의 모습에,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망령이라, 피가 나오지 않았다. 오랜 세월을 살아온 망령이라, 피도 없었다. 피도 눈물도 없었다. 그렇게만 알고 있었는데.
"덕분에 미련을 버리고 가는구려. 그리고 마지막까지 폐만 끼치고 가고. 그래도 그대덕에 정말로 내 미련을 마주할 수 있었으니, 고맙다는 따름이오. 또한 은혜를 원수로 갚아서, 미안하오. 내 더러움을 그대에게 남기고 떠나버려, 미안하오."
"알고 있었구나... 그래. 그렇다면, 말, 말 한마디 해주면... 용서해줄게."
"비록, 내가 그런 것과 담 쌓아온걸, 그대도 알겠지만, 한 구절을 읊자면..."
목이 메여왔다. 그는 말을 뜸들이기 시작했다. 하반신을 사라져갔다. 그는 말을 계속해서 늘렸다. 뜸을 들이고. 결국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저, 풀벌레가 울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 뿐이었다.
결국, 사라져버린것이다.
"...바보. 머저리."
애써 욕을 해보았지만, 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그는 지식인이었다. 그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그는 이해심이 넘쳐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말을 내뱉을때마다 너무나 초라해져서 유유코는, 바닥을 바라보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 그의 자리에 주저앉아, 제 고급지고 기다란 소매로 흘러내리던 것을 닦아냈다.
그리고 한동안, 계속.
더러움을 남기고, 혼자만 그렇게 떠나버리다니.
결국 망령을 감독하는 자라고 하여도 망령이었다. 그 망령됨을 버리지 못하였으니, 자신은 이렇게 된 것이었지.
"아아..."
그렇다면, 자신도, 그처럼, 원하는 것을, 과거의 자신의 기억을 되찾으면, 그를 찾아갈 수 있을까. 죽음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지만 스스로를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모순적이지 않은가.
유유코는 오랜시간 생각을 끝마치고.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염리예토 흔구정토. 더렵혀진 세상을 떠나, 나도 정토를 향해 가고 싶구나."
유유코는 그렇게 읊조리며. 명계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자신도 그러한 계기를 찾아버린다면.
그를 향해 말을 꺼낼 수 있을까. 더러움을 버리고, 미련을 버리고, 정토에 도달하였다고.
아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미련을 버리고 훌쩍 떠나버린 그가 밉고, 무척이나 그립다는 것이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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